[하수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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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지리사 / 한라공인중개사대표 / 경산시주민예산의원 |
곧 거리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으로 수 놓이고, 산천은 울긋불긋한 색으로 장식될 것이다. 가을은 풍요로운 빛 앞에서 바쁘게 살며 놓쳤던 감사, 무심코 저질렀던 실수, 다 헤아리지 못한 인연들이 다시금 마음속에 떠오르게 하는 계절이다.
봄에는 키우고 여름은 성장시키고 가을은 수확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수확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다. 온전한 수확을 위해 햇볕에 말리기도 하고 습을 주기도 한다. 인간 또한 노후에는 스스로를 단련하며 성숙해 간다. 봄에는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도와주지만, 가을은 오롯이 자기 몫이다. 그래서 가을은 정직한 계절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가을은 끝이 아니다. 고개 숙인 벼의 겸손함, 하늘 가득히 번지는 청명한 빛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놓친 것을 채우고, 지나친 욕심을 다스리며, 다시 준비할 수 있는 여백을 준한다. 가을은 단순히 열매를 거두는 시간이 아니라, 미래의 씨앗을 품는 계절이다. 그래서 진정한 가을은 우리 삶을 재정비하고 방향을 가다듬는 성찰의 계절이다.
가을은 우리에게 묻는다. 올 한 해 무엇을 심었고, 무엇을 거두었는가. 성과가 부족했다면 다시 도전할 용기를, 성취가 있었다면 겸손히 나눌 지혜를 일깨운다. 자연은 쉼 없이 계절을 순환시키지만, 인간에게 가을은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심연의 계절`이다. 고요하지만 묵직한 이 물음 앞에서 우리는 내일을 향한 힘을 다시 얻는다. 가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