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경남도지사 선거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54.3%,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45.7%를 기록하며 8.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민주당 선거캠프에서는 환호가 터졌고, 국민의힘 선거캠프는 침묵에 휩싸였다. 박완수 후보 역시 결과를 받아들이며 낙선을 전제로 한 도민 인사말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거는 출구조사로 끝나지 않았다. 새벽까지 이어진 개표 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완수 후보는 결국 역전에 성공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승리했지만,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에게 결코 자축만 할 수 있는 선거가 아니었다. 오히려 왜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경남에서 이러한 위기 상황까지 갔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하는 선거였다.
많은 도민들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가장 아쉬워한 부분은 공천 문제였다. 선거는 후보 등록과 동시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공천 과정에서 이미 절반의 승패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가 공정하게 선출되었다는 신뢰가 있어야 당원과 지지자들이 힘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곳곳에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경쟁력을 인정받던 인사들이 탈락하고, 예상치 못한 후보가 공천을 받으면서 적지 않은 갈등이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이어졌고, 지지자들 간의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정당은 후보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공정하다는 신뢰를 얻지 못하면 후유증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남는다. 공천에 승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승복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지 못한 정치의 책임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특히 경남의 일부 시군에서는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선거 기간 내내 이어졌다. 경쟁했던 후보들이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고 원팀으로 움직였다면 훨씬 강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지자들이 서로 등을 돌렸고, 지역사회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정치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패자도 결과를 수용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정한 경선과 객관적인 기준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갈라진 민심과 상처받은 지역사회를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경남에서 예상보다 선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정권 심판론과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보수 진영 내부의 갈등과 분열도 존재했다. 상대가 강해서라기보다 내부 결속이 약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선거 현장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공천만 제대로 했어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실제로 공천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일부 지지자들은 적극적인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았고, 일부는 냉담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선거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인데, 그 마음이 이미 공천 과정에서 떠나버린 것이다.
이번 선거는 또 다른 교훈도 남겼다. 지역 정치인의 역할에 대한 평가다. 평소 지역 주민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현장을 챙기는 정치인은 선거 때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선거철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정치인은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다가오는 2028년 총선은 이러한 평가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억한다. 누가 지역을 위해 일했는지, 누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지, 누가 공정한 정치를 외면했는지를 기억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은 공천권이 아니라 투표권이다. 아무리 막강한 정치인이라도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결국 정치인의 주인은 당이 아니라 국민이며, 지역의 주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주민이다.
이제 정치권은 이번 선거를 단순한 승패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출구조사에서 8.6%포인트 차이로 뒤졌다가 가까스로 승리한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것은 경남 민심이 보내는 경고장이었을 수도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계파보다 경쟁력이 우선되어야 하고, 밀실보다 공개 경쟁이 존중되어야 한다. 특정인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주민 중심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갈라진 민심을 다시 모을 수 있다.
정치는 결국 신뢰의 예술이다. 신뢰를 잃으면 조직도 무너지고 지지층도 떠난다. 반대로 신뢰를 얻으면 어려운 선거도 이겨낼 수 있다. 이번 경남 선거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민심은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결코 잊지 않는다. 공정하지 못한 과정도 기억하고, 지역을 위해 헌신한 사람도 기억한다. 그리고 그 평가는 언젠가 반드시 투표로 나타난다. 선거는 끝났지만 민심의 심판은 계속되고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힘이며, 정치가 두려워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저작권자 ⓒ 창원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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