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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한 칼럼]
AI가 세상을 계산할수록, 인간의 뇌는 숲을 필요로 한다

기후위기 시대, 자연을 지키는 일은 인간의 뇌와 마음을 지키는 일이다

[신재한 칼럼]
AI가 세상을 계산할수록, 인간의 뇌는 숲을 필요로 한다

기후위기 시대, 자연을 지키는 일은 인간의 뇌와 마음을 지키는 일이다

창원일보 | 입력 : 2026/07/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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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 교육부 연구사 역임 / 한국상담학회 노인상담학회 대외협력위원장, 수련감독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활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제 우리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몇 초 만에 답을 얻고,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쓰고 자료를 정리한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뉴스와 영상을 끊임없이 추천한다. 생활은 편리해지고 업무 속도도 빨라졌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 피곤하다고 말한다.

 

몸은 의자에 앉아 있지만 뇌는 쉴 틈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업무를 하면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잠깐 쉬는 동안에도 짧은 영상이나 뉴스를 본다. 한 가지 정보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정보가 들어온다. 쉬는 시간에도 뇌는 쉬지 못하고 새로운 자극을 처리한다. 우리는 휴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극의 종류만 바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기후재난, 전쟁, 경제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뇌의 위험경보장치는 더욱 예민해진다. 당장 눈앞에 위험이 없어도 몸은 긴장하고, 호흡은 얕아지며, 어깨와 턱에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생각은 많아지지만 집중력과 판단력은 오히려 떨어진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고, 충분히 잔 것 같은데도 아침이면 피곤하다.

 

이럴 때 인간의 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잠시 멈출 수 있는 환경이다. 바로 자연이다.

 

인간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며 살아가지만, 우리의 뇌와 몸은 오랫동안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발달해 왔다. 햇빛을 받으며 깨어나고, 땅을 걸으며 움직이고, 나무와 물, 바람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인간에게는 가장 오래된 생활방식이었다. AI가 사고와 업무를 도울 수는 있지만 햇빛과 바람, 숲과 물이 뇌에 제공하는 생물학적 자극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화면은 우리의 주의를 강하게 붙잡는다. 새로운 메시지와 영상, 알림이 나타날 때마다 뇌는 무엇을 볼지, 무엇을 무시할지, 언제 멈출지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자기조절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계속해서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화면을 본 뒤에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지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거나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쉽다.

 

반면 자연은 우리의 주의를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구름이 천천히 움직이는 장면, 일정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물소리와 새소리는 강한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의 시선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그곳에 머문다. 이를 `부드러운 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일과 디지털 정보에 지친 뇌는 자연을 바라보는 동안 잠시 힘을 내려 실내에서도 자연과 연결될 수 있다. 창가에 작은 식물을 두고 물을 주며 새잎과 흙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식물을 키우기 어렵다면 자연광이 잘 들어오게 하고, 나무의 색과 질감을 생활공간에 활용할 수 있다. 자연의 소리나 영상을 보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햇빛과 바람, 온도와 움직임을 모두 대신할 수는 없다. 가능하면 짧은 시간이라도 밖으로 나가 실제 자연을 느끼는 것이 좋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을 돌보는 사람이 되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산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텃밭 가꾸기, 반려식물 돌보기, 하천 정화와 생태관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며 느끼는 막연한 불안과 무력감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꾸어 준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있다"는 감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자연을 경험하면 관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처음 10분은 말없이 걸으며 각자의 감각에 집중하고, 그다음에는 오늘 발견한 자연물 한 가지와 현재의 기분을 나눠 볼 수 있다. 아이와는 서로 다른 모양의 나뭇잎을 찾아보고, 청소년과는 마음에 드는 자연사진을 한 장씩 찍어도 좋다. 어르신과는 꽃이나 나무, 날씨를 보며 어린 시절의 계절과 장소에 관한 기억을 나눌 수 있다. 자연을 사이에 두면 마음을 직접 캐묻지 않아도 대화를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을 인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도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인간은 자연의 바깥에서 자연을 이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태계 안에서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깨끗한 공기와 물, 안정된 기후, 다양한 동식물은 인간의 생존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따라서 기후위기는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환경문제가 아니다. 숲이 사라지고 하천이 오염되며 폭염과 미세먼지가 일상화되면 인간이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줄어든다. 특히 어린이,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처럼 기후재난에 취약한 사람들은 자연환경의 악화로 더 큰 신체적ㆍ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곧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쉬고 회복할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흙과 식물, 계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생태교육과 녹색 휴식공간이 필요하다. 직장에는 화면에서 잠시 벗어나 햇빛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휴식시간과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에는 연령이나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시숲, 치유정원, 생태 산책로가 필요하다. 자연을 훼손하면서 잠시 위로받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을 돌보면서 인간도 함께 회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AI도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방대한 기후자료를 분석하고, 산불과 홍수 같은 재난을 예측하며,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생태계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AI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는 결국 인간이 결정한다.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자연을 보호하고 기후위기에 취약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잘 다루는 능력만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무엇을 개발하고 무엇을 멈추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판단하는 `생태적 지능`이 필요하다.

 

자연은 말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폭염과 산불, 가뭄과 홍수는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만성피로와 불면, 불안과 집중력 저하는 인간의 뇌가 지나친 속도와 자극을 견디기 어렵다는 신호일 수 있다. 기후위기와 뇌의 피로는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둘 다 우리에게 잠시 멈추어 삶의 방향과 관계를 다시 살펴보라고 말한다.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답을 만드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빨리 반응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잠시 멈추고 몸의 신호를 느끼며, 다른 생명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숲을 보호하는 일은 나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강을 살리는 일도 물고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연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은 인간의 뇌가 숨 쉴 공간을 되찾는 일이며, 다음 세대가 살아갈 안전한 미래를 남기는 일이다.

 

AI가 세상을 더 빠르게 계산할수록 인간은 자연과 더 깊이 연결되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 있지만,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할 인간의 책임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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