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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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근대역사위원회 위원장 |
연세가 많으신 분께서 "손자와 손녀들에게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려 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의 삶은 어려움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먹고 살만하게 되었지만, 돌아보니 평범하고 실수와 잘못도 있으며 후회가 되는 일도 있어서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또 다른 분은 "후손들이 제사도 지내지 않고 잊혀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후손들이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셨다. 여기에 대한 답변을 고찰해 보았다.
◆전쟁과 가난, 산업화와 민주화, 가족을 위해 흘린 땀, 자녀를 키우며 겪은 고민. 이 시대를 살아낸 사람의 경험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역사로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충분하다.
손자와 손녀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우리 할아버지가 이렇게 어려운 시절을 견디면서 살았고, 우리 가족을 지켜 주시기 위해 정말 고생을 하셨구나", "우리 할머니도 젊었을 때는 이런 꿈과 고민이 있었구나" 이런 깨달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이다.
후회가 없는 인생을 쓰는 것이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아니라, 후회까지도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이 진정한 자서전과 회고록이다. 성공만 남기는 책이 아니라, 실패와 실수, 그리고 그것을 통해 배운 삶의 지혜를 남기는 책이야말로 후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역사이며, 그 역사는 가족과 후손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산이 되기 때문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만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 전쟁, 배고픈 보릿고개 중 어느 한 시대라도 경험한 세대는 삶 자체가 격동의 시기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의 발전한 대한민국을 창출한 토대를 구축한 세대로 누구나 한 권의 책이 될수 있는 삶을 사셨다.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쓰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다음 세대에 소중한 유산을 남기는 의미 있는 작업이다.
후손들이 알고 싶은 것은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얼마나 성공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 내며 살아왔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자신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실수와 후회가 있다는 것도 숨길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것이 진솔한 삶의 기록이다. 후손들은 완벽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기보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선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람은 두 번 떠난다고 한다. 한 번은 죽어서 세상을 떠날 때이고, 또 한 번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질 때다. 기록은 기억을 이어 준다. 자신의 삶을 글로 남기는 것은 과거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과 마음을 오래도록 전하는 일이다.
기제사나 시제는 조상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다. 갈수록 기제사나 시제가 줄어드는 대안이 자서전이나 회고록으로 후손들이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쓰면 좋은 점
지나온 인생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면서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속에서 얻은 교훈을 정리할 수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긍심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에게는 소중한 유산이 된다. 자녀와 손주 및 후손들은 부모와 조부모 및 선조의 삶을 통해 가문의 역사와 가족의 뿌리를 알게 된다. 사진이나 영상보다 더 깊은 삶의 이야기를 후손에게 전할 수 있다.
지역사와 사회사의 기록이 된다. 한 사람의 인생에는 그 시대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가 함께 담겨 있다. 평범한 시민의 삶도 후대에는 귀중한 역사 자료가 된다.
치유와 성찰의 효과가 있다. 힘들었던 기억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스마트폰의 말을 글로 전환하는 기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마음이 정리되고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삶의 지혜를 전할 수 있다. 후배와 젊은 세대에게 경험에서 얻은 교훈과 가치관을 전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실패와 성공은 다른 사람에게 훌륭한 인생 교과서가 된다.
기억을 보존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진다. 살아 계실 때 기록해 두어야 사실과 감정을 가장 생생하게 남길 수 있다.
의사소통 능력과 사고력이 향상된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기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습관도 기를 수 있고, 치매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자신만의 책을 갖게 된다. 출판 여부와 관계없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책이 만들어진다. 가족행사나 기념일에 특별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고령사회에서는 자서전과 회고록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생애는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역사다" 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일은 자신의 인생을 기념하는 동시에, 가족과 지역사회,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을 남기는 것이다.
◆인생을 회고하면 가치로운 삶의 길을 찾을 수 있다.
53세에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 록펠러는 55세에 의사로부터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형선고를 받고 자신의 삶을 회고해 보았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직장에서 일손을 거드는 노동의 과정을 통해 경제관념을 익히고 돈을 모으기 위해 수입장부를 만들어 돈 버는 재미를 알았다. 그 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었다. 그러다가 50대가 되자 과도한 다툼과 경쟁으로 소화불량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중병에 걸린 것을 알았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록펠러는 치료를 받는 병원에 걸려있던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더 복이 있다"는 액자를 보고 자신의 삶은 그렇지 못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병원비가 없어서 입원이 안된다는 병원측에 나중에 돈을 벌어 갚을테니 딸을 제발 입원시켜 달라고 울면서 사정하는 여자를 보게 되었다. 비서를 시켜 모르게 병원비를 지불하게 하였다.
며칠 후 은밀히 도와준 소녀가 퇴원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록펠러는 자서전에 이 순간을 "나는 여태껏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삶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고 표현하였다. 남에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후 그는 록펠러 재단을 만들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사업을 위해 자신의 모든 재산을 기부하였다. 신기하게도 그와 동시에 병이 낫게 되었고 98세까지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돕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고, 남은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마무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