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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한 칼럼]
회복하는 뇌, 다시 살아가는 나 下

[신재한 칼럼]
회복하는 뇌, 다시 살아가는 나 下

창원일보 | 입력 : 2026/08/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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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 교육부 연구사 역임 / 한국상담학회 노인상담학회 대외협력위원장 / 수련감독    

◆몸을 움직이면 뇌도 다시 움직인다

 

정호 씨의 감정 기록, 지연 씨의 작은 도전, 수진 씨의 관계 회복은 서로 다른 방법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거창한 결심보다 일상에서 반복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몸을 돌보는 습관이 더해지면 회복의 토대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몸과 뇌는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잠이 부족하고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 감정 조절과 집중도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짧은 산책과 규칙적인 수면은 뇌가 회복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마련해 준다.

 

처음부터 강도 높은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 햇볕을 받으며 10분 걷기,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앉기, 굳은 어깨와 목을 스트레칭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된다. 체력과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활동은 다르므로 통증이나 질환이 있다면 의료진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수면도 중요하다. 가능한 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잠들기 전에는 밝은 화면과 자극적인 정보를 줄여보자.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자신을 다그치기보다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천천히 호흡하면서 몸이 쉴 수 있도록 돕는 편이 낫다.

 

◆회복은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회복은 특별한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는다. 뇌는 우리가 반복하는 작은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든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일과를 마련하면 감정적ㆍ인지적ㆍ사회적 회복을 일상에서 함께 실천할 수 있다.

 

아침에는 눈을 뜬 뒤 바로 휴대전화를 확인하기보다 3~5분 동안 호흡을 느껴본다. 그리고 "지금 내 몸은 어떤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오늘 꼭 해야 할 한 가지는 무엇인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낮에는 10~15분 동안 새로운 활동이나 미뤄둔 일 하나를 시도한다. 완성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어서 짧게 걷거나 스트레칭하며 몸을 움직인다.

 

오후에는 가족, 친구, 동료 중 한 사람에게 안부를 묻거나 짧게 대화한다.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메시지를 보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많은 관계가 아니라 연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경험이다.

 

저녁에는 "오늘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무엇인가?", "오늘 반복해서 떠오른 생각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해낸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 짧게 답해 본다.

 

잠들기 전에는 오늘 하루 중 편안했거나 의미 있었던 순간을 하나 떠올린다. 아무리 힘든 하루라도 씻고 누운 일, 누군가에게 답장을 보낸 일, 식사를 챙긴 일처럼 자신을 지킨 행동이 있을 수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씩만 실천해도 좋다. 월요일에는 5분간 호흡하며 감정을 관찰하고, 화요일에는 새로운 길로 10분 동안 산책한다. 수요일에는 반복되는 생각을 적고 사실인지 살펴보며, 목요일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한다. 금요일에는 미뤄둔 일을 10분만 시도하고, 토요일에는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나 공동체에 참여한다. 일요일에는 한 주 동안 자신이 견디고 시도한 일을 돌아본다.

 

모든 활동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한 번 빠졌다고 실패한 것도 아니다.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경험 자체가 회복의 일부다.

 

◆무너진 경험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것

 

회복의 마지막에는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있다.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고통을 아름답게 꾸미거나 "그 일도 다 잘된 일이었다"고 억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가 상처였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경험이 내 삶 전체를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일이다.

 

정호 씨는 퇴직 후의 허전함을 겪으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는 `직장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오랜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연 씨는 시험 실패를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학습 방법과 속도를 다시 살펴보라는 신호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수진 씨는 관계의 상처를 통해 모든 사람을 피하는 대신 안전한 관계를 구별하고 천천히 신뢰하는 법을 배워 갔다.

 

이처럼 실패를 겪은 사람은 "나는 실패한 사람"이라는 이야기 대신 "나는 실패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내게 필요한 방법과 도움을 알게 된 사람"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도 "누구도 믿을 수 없다"에서 "나는 안전한 관계를 구별하고 다시 연결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로 자신의 이야기를 바꿀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통을 지우지 않는다. 대신 고통 이후에도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만들어 준다.

 

◆회복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회복은 직선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 다시 힘들 수 있다. 한동안 잘 지내다가 작은 사건 때문에 과거의 감정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그것은 회복이 실패했다는 뜻이 아니다. 뇌가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는 과정에는 흔들림과 반복이 포함된다.

 

따라서 회복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함보다 자기연민이다. 자기연민은 자신을 무조건 봐주는 태도가 아니다. 어려움을 겪는 자신에게도 가까운 사람에게 하듯 이해와 친절을 건네는 태도다.

 

"왜 아직도 이러지?" 대신 "그만큼 힘든 일을 겪었으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보자.

 

"나는 아무것도 못 했어" 대신 "오늘 하루를 견디고 작은 일 하나를 해냈다"고 인정해 보자.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도 된다. 5분 동안 호흡하고, 10분 동안 걷고, 한 가지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마음을 나누는 것으로 충분하다.

 

회복하는 뇌는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뇌가 아니다. 상처와 실패 속에서도 다시 연결되고, 배우고,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삶의 방향을 만들어 가는 뇌다.

 

다시 일어선다는 것은 예전과 똑같아지는 일이 아니다. 달라진 나를 이해하고, 지금의 자리에서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는 일이다. 그렇게 뇌가 새로운 길을 만들 때 우리도 다시 삶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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