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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일보 편집국장 |
경남도민들의 참정권이 지난 4월 9일 자정을 기해 무참히 짓밟혔다.
원인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자신은 사퇴와 함께 대선에 출마하면서,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선거비용과 도백에 도전하려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줄 사퇴를 방지해 혼란을 막겠다"며 현행법을 교묘히 이용해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막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임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경상남도에서 발생한 경남지사 보궐선거 방해 행위가 자행된 지난 9일 밤, 필자는 경남도청과 경남도의회를 오가며 현장에 있었다.
이날 밤 11시쯤 경남도청 현관 앞에는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을 비롯한 정당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류순현 행정부지사실을 향해 밤 12시 이전에 홍 지사의 사직서 처리를 요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현관문 앞에는 도청 청경 10여명이 입을 굳게 닫은 채 입구를 막고 출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다. 물론 류 행정부지사실의 불은 켜져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도청 정문 주위에는 경찰 버스와 순찰차 여러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11시 30분이 넘어서자 홍 지사 사퇴서가 접수되는 경남도의회로 자리를 옮겨갔다.
역시 불이 켜져있는 박동식 도의회 의장실을 향해 "홍 지사 사퇴서 접수 즉시, 12시 이전에 류 행정부지사를 통해 선관위에 사퇴사실을 접수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정을 넘기면서 농성자들은 숨을 죽이며 박 의장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도의회 출입문을 나서는 박 의장은 11시 57분 홍 지사의 사퇴서가 전자문서로 접수됐으며, 비슷한 시간에 인편으로도 함께 접수됐다고 밝혔다.
농성자들이 "도의회 현관 앞에 포진하고 있었으며 출입문이 닫혀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의회에 들어간 사람이 없었는데 누가 접수시켰느냐"고 따져 묻자 박 의장은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얼버무렸다.
흥분한 농성자들이 강력하게 추궁하자 박 의장이 서둘러 승용차를 타고 출발하려는 과정에서 승용차 앞을 가로막는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결국 홍 지사의 사퇴서는 8시간이 지난 다음날 경남도선관위에 접수돼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홍 전 지사의 뜻대로 무산됐다.
홍 전 지사의 사퇴로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된 류순현 행정부지사는 보선무산에 따른 여론이 들끓자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전 교감을 하지 않았고 그 문제에 대해 의논할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선관위 통지는 시간적ㆍ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지사가 사표 내는 사안은 제가 결재하는 상황이 아니다"며 "지사를 대리해 비서실장이 전자우편으로 의회에 사표를 냈고, 의회 의장이 사표 접수를 한 것은 이미 9일 자정이 넘어 제가 통제할 시간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장이 사임통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그것을 기초로 (선관위와 행자부 등에) 전자문서를 보내는 것이 맞다"며 "홍 전 지사가 직원들이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도록 의도를 가지고 (심야 사퇴를)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류 권한대행은 "지사 사표는 행정부지사가 결재라인이 아니고 의회에 제출만 하면 된다"며 "그 직을 대행하는 사람은 의장에게 사임 통지된 것을 확인하면 선관위와 행자부 등에 알려주는 후속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당시 비상대기를 했던 박동식 도의장과 류순현 부지사는 이런 상황이 예견되지 않았단 말인가.
삼척동자도 예측됐던 이 같은 상황을 `책임 회피성 발언`을 변명이라고 한단 말인가.
박 의장과 류 부지사가 경남지사 보궐선거가 똑 필요하다는 인식을 했다면, 자정에 임박해 사퇴서가 접수될 경우에 대비해 서로 어떻게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의장이 의도적으로 즉시 류 대행에게 통보를 하지 않았거나, 류 대행이 짐작은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정황 등의 보편적 해석이 가능하다.
박 의장과 류 부지사가 경남지사 보궐선거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했다면, 자정에 임박해 사퇴서가 접수될 경우 서로 어떻게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
호흡만 맞춘다면 마감시간 3분이면 현 시스템상 충분히 선관위에 통보가 가능한 시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홍 전 지사와 박 의장, 그리고 홍 지사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류 부지사가 "보궐선거를 막기 위해 적당한 핑계를 대며 한통속이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따라서 능동적으로 보선을 방해한 홍 전 지사는 물론, 류 권한대행도, 박 의장도, 지금 불거지고 있는 `보선방해 책임론`과 `자격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선 후보가 된 홍 전 지사가 소금세례를 받으며 경남도청을 떠난 사실을 경남도민은 두고 두고 기억할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고 있는 류순현 경남지사 권한대행과 박동식 경남도의장의 `자격론`도 계속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67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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