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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열 / 사)한국야생화협회 회장 |
이번 시간에는 `칡`에 대해 알아보겠다.
어느 깊은 산 울창한 숲 속에 약초를 캐며 살아가는 노인이 있었다.
하루는 노인이 산에서 약초를 캐는데 갑자기 산 밑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노인은 약 캐던 손을 잠시 멈추고 일어나 소리가 나는 계곡 쪽을 내려다 봤다. 바로 그때 열다섯 살 가량의 소년이 헉헉거리며 달려왔다. 그 소년은 노인을 보더니 앞에 풀썩 꿇어앉았다.
소년은 고개를 숙인 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부탁입니다. 저를 좀 구해 주십시오. 나쁜 사람들이 저를 죽이려고 쫓아옵니다. 제발 저를 좀 숨겨 주십시오"
노인은 영문을 몰라 소년에게 다시 물었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저는 이 산 아랫마을에 사는 갈원외의 외동아들입니다" 소년은 관병들이 자기를 잡으러 뒤쫓아올까 겁이나 자꾸 뒤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조정에서 파견된 간신들인데 착하신 저의 아버지가 몰래 군사를 일으켜 반역을 꾀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모함했습니다. 눈이 어둡고 귀가 얕은 황제께서는 그 말이 사실인 줄 아시고 성지를 내려 저의 아버지와 우리 일가족을 모두 죽이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관병들이 저의 집을 포위하고 가족을 모두 처참하게…흑흑흑…"
소년은 분함과 슬픔에 못 이겨 흐느껴 울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
"저의 아버지는 저의 손을 잡고 우리 갈씨 집안은 오직 너 하나 어린싹에 온 희망을 걸고 있다. 만약 너에게 불행한 일이 있으면 우리 가문은 끝이다. 그러니 빨리 몸을 피해라. 다행히 몸을 피해 있다가 훗날 힘이 있으면 복수를 하고 아니면 한 오라기 뿌리라도 남기도록 해라. 이 아비의 마지막이며 간곡한 부탁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를 구해 주는 것은 바로 갈가 가문을 구해 주는 것입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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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칡`. |
노인은 뒷산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얘야 빨리 일어나서 나를 따라오너라!"
소년은 노인을 따라 깊고 험한 골짜기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아무도 모르는 동굴이 하나 있었다.
"이 동굴은 내가 약초를 캐 숨겨 두는 곳인데 아는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다. 그러니 여기 숨어 있으면 무사할 것이다. 그리고 관병들이 돌아가면 그때 내가 다시 오마!"
노인은 소년을 동굴 속에 숨겨 두고 다른 곳에 가서 동정을 살폈다. 관병들은 며칠 동안 산을 뒤지며 소년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소년의 그림자도 찾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관병들이 멀리 사라진 뒤 노인은 동굴로 갔다.
"얘야, 나오너라. 이제 관병들이 멀리 갔어!"
"그래요? 할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갈 곳이 있느냐?"
소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가족들은 모두 잡혀 죽었고 먼 친척들까지 죽인다 하니 몸 붙일 데가 어디있겠습니까? 할아버지께서 저를 구해 주셨으니 이 몸 죽을 때까지 할아버지를 부모로 모시고 받들려 합니다. 그리고 백 년 뒤에 삼베옷을 입고 효를 다할까하오니 부디 저의 청을 뿌리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노인은 한동안 생각한 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갈원외의 외동아들은 노인과 함께 매일 산을 오르내리며 약초를 캐러 다녔다. 노인은 소년을 아들처럼 사랑했고 소년 또한 노인을 친아버지처럼 극진히 모셨다.
그런데 노인은 언제나 한 가지 약초를 찾아 산을 헤맸다. 그 약초의 뿌리는 주로 열이 나거나 갈증이 심하고 설사가 나는 병에 특효였다.
세월이 흘러 몇 년 뒤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소년은 양지바른 곳에 노인을 묻어 줬다.
소년은 이제 혼자서 약초를 캐러 다니며 그동안 노인에게 배운 의술로 많은 병자들을 고쳐 줬는데 그때까지 그 약초의 이름을 몰라 누가 물어도 대답을 못했다.
어느 날 갈원외의 아들은 그 약초 뿌리를 보고 있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성을 따서 갈(葛)이라 부르자. 아니야 이건 뿌리니까 갈근(葛根)이라 불러야겠다!"
갈근은 갈씨 가문의 한 가닥 뿌리란 뜻이며 바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칡`의 뿌리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9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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