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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참사랑봉사회 회장
마산운수㈜ 관리상무 |
올해는 114년만에 처음으로 기온이 36~41도까지 올라가는 살인적인 폭염이 한 달 이상 계속 됐다. 그로 인해 4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3,800여명이 호흡기 곤란등 온열 환자가 발생됐다고 하니 크나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뒤늦게 닥쳐온 태풍과 폭우로 도시와 농ㆍ어촌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됐다. 추석을 앞두고 폭염과 폭우 등 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제 10여일 후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 추석에도 약 3,500여명의 민족대이동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차량 행열을 보고 이방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의 추석 명절에 대한 깊은 의미를 어찌 알겠는가.
필자는 아주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손을 놓고 객지로 뛰쳐나와 고아 아닌 고아로 전전하고 생일 없는 소년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존 법칙을 터득해왔다. 못다한 지식을 쌓기 위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 공부를 하면서 갓 성인이 될 무렵 몇 차례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그것은 유신정권이나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의 글을 실어 보내 곤욕을 치룬 것이다. 그당시 많은 사람들이 독재 정권을 비판(부.마사태, 서울의 봄, 광주사태 등)하다 끌려가 심한 고문을 당해 숨지거나 평생 휴유증으로 살아가야 했다. 필자는 천운을 받았는지 아니면 국가와 사회적인 작은 기여를 했다는 이유로 남들과 같은 큰 곤욕 없이 잘 빠져 나오기도 했다. 이와 같은 군사정권에 잡혀 갈 때마다 고향에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설상 알린다 해도 오히려 다른 사람들 까지 공모자로 휘말려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어린 나이에 객지로 나간 아들에 대한 근심ㆍ걱정으로 아들의 무사와 안전을 위해 매일 새벽마다 정한수를 떠놓고 온갖 지극 정성을 다해왔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을 듣기도 했었다.
어린 나이에 험한 세상에서 나름대로 생존 법칙을 터득해왔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고향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힘과 용기를 얻었던 고(故) 현인의 `비 내리는 고모령`이란 노래가사를 적어 본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엔/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 턱을/넘어오던 그남 밤이 그리웁고나
이 글은 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의 노래 가사다. 이 노래의 줄거리인 모자의 이별과 애환이 깃든 대구 고모령 고모역에서 얽힌 사연들을 담아 노래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해방을 거쳐 1950년 6.25 한국 전쟁 당시 지친 민중들의 가슴을 쓰다듬고 위로의 대표적인 대중 가요다.
대구 동구로 편입된 고모역(구.경북 경산군)은 일제 강점기 시절 징용ㆍ징병으로 어머니와 아들이 생이별해 눈물바다가 서려있는 곳이다. 고모역은 81년의 역사를 묻고 지난 2006년 11월 1일 아득한 망각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2012년 한국철도공사가 간이역 위탁운영 국민제안 공모로 대상을 수상한 고모령철도문학관의 설준원 관장에 의하면 고모령 가요 박물관 건립과 근대문화유산 등극을 추진중에 있다고 한다.
고모역은 옛날 어머니의 눈물이 모여 산다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곳에 적힌 애환과 눈물 어린 박해수 시인의 시 구절을 적어본다.
뒤돌아보면 옛 역은 스러지고/시래기 줄에 얽혀살던/허기진 시절의/허기진 가족들/부엉새 소리만 녹슨다/논두렁 사라진/달빛, 화물열차는 몸 무거워/달빛까지 함께 싣고/쉬어 가던 역이다
고모는 말 그대로 어머니를 보살핀다는 뜻이 담겨 있는 곳이다. 고모령은 6ㆍ25 한국 전쟁 발발 후 객지에 돈을 벌러 나가는 아들과 부등켜안고 손을 놓지 못 해 눈물 바다가 됐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부터 `비 내리는 고모령`이라는 노래가 하늘을 찌를 듯 대중가요로 불러지게 된 것이다. 지금도 60~70대를 넘은 사람들 중 일찍 고향을 떠난 이들은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요즘 젊은 층일수록 추석 명절이 다가와도 고향에 대한 애착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고향은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삶의 흔적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이 세상에 가장 포근하고 따뜻함을 주며 어머니의 품속 같이 느껴지는 영원한 안식처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구절도 있듯이 우리의 조상들이 수백년동안 지켜 오면서 자손대대로 뿌리를 내리게 했던 곳도 고향이다.
도시의 생활이 고달플수록 추석 명절을 그리는 마음은 더욱 애절해진다. 추석이 다가오면 고향행을 서두르게 되는 것도 단순히 고향에 간다는 의미만 아닐 것이다. 내가 태어난 고향은 우리가 떠나왔지만 원형적인 한국인의 삶이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고향에는 부모와 자식 간의 소멸되지 않는 인정, 피보다 진한 사랑, 묘한 치유의 힘이 있다.
도시에서 상처 입었던 마음과 고달픈 마음이 고향 집에서 하루 이틀만 자고 나면 씻은 듯이 가라앉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어머니께서 어릴적 아픈 배를 쓰다듬어 주면 어머니의 손이 약손처럼 아픈 배를 낫게 해주던 묘한 신비한 힘이 있듯이.
한국인은 인명의 민족이다. 신명이 나면 어떠한 어려운 일도 잘 해낼 수 있는 반면 신명을 잃게 되면 쉬운 일도 매우 힘들어 하고 포기 하게 된다. 그래서 추석 명절은 단순히 흩어졌던 가족과 일가 친척들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안부나 묻고 확인하는 그런 자리만은 아닐 것이다.
제각기 삶의 모퉁이를 지나온 사람들이 원초적 공간에 모여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닥쳐올 지혜와 슬기로움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추석이 다가오면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오래전 하늘나라로 가신 부모님께 무언의 기도를 올리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추석 명절이 그토록 그리운 것은 그 자리의 고향에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다.
오늘 밤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지 못한 불초 자식의 애절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하늘나라에 계신 두 분께 띄워보낸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96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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