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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참사랑봉사회 회장
마산운수㈜ 관리상무 |
얼마 전까지만 해도 36~41도의 살인적인 폭염이 나라 전체를 뜨겁게 달궜다. 계절의 순환법칙은 어길 수 없는지 어느새 추석이 다가오니 한낮의 쨍쨍한 날씨 속에서도 아침ㆍ저녁으론 제법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약 3,500만명 이상이 민족대이동으로 고속도로ㆍ지방도로에서 거북이 걸음의 심한 정체 현상을 보일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이방인들은 우리의 길게 늘어진 차량 행열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고유의 추석 명절에 숨어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어찌 알겠는가.
추석 연휴 때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어도 부모님ㆍ형제ㆍ친지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피곤함을 잊기도 한다.
고향 가는 길은 묘한 감흥과 그리움으로 채색돼 있는 것이다. 가족의 출발점을 이루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친지들을 생각하며 제각기 고향을 향해 가지만 길마다 도로는 여전히 주차장을 방불케 할 것이다. 그런데도 한마디 짜증도 없이 밤새 고속도로를 거쳐 지방도를 달려갈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들의 삶의 일부인 고향 가는 길이 천리만리 길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그 곳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자 우리 조상들이 수백년 동안 뿌리를 내리며 살아온 삶의 원천이다.
지난번 외신을 통해서 중국ㆍ인도 북부ㆍ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나라에서 명절날 고향 오지를 가는데도 비행기를 타고 내리면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달구지를 타고 또 걸어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짧게는 3~4일부터 길게는 10일 이상 걸리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들의 고향길은 한마디로 콩나물 시루처럼 차에 빼곡히 타고 심지어 열차나 버스 등 차에 매달리거나 그 위에까지 위험하게 타고 가는 것이다. 그들은 3~4일 또는 일주일 이상 밤잠을 설치며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무거운 선물 꾸러미를 잔뜩 짊어지고 오지에 있는 산길을 걸어간다. 이처럼 엄청난 고행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얼굴 표정 하나 변함없이 너무나 밝아보여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고향가는 길이 힘들지 않느냐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 부모님ㆍ형제를 만난다는 기분에 오히려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는 말에 가슴을 찡하게 했다.
고향을 그리는 것은 그들이나 한국인이나 똑같은 마음인 것 같다. 중국ㆍ인도ㆍ인니ㆍ몽골과 소련 붕괴 후 독립된 중앙아시아 지역, 특히 카자흐스탄ㆍ타자기스탄ㆍ키르기스스탄ㆍ투바공화국ㆍ히카시공화국ㆍ알타공화국 등 오지에 있는 이들은 고려인 2~3세들도 많이 있다. 이들은 돈을 벌러 다른 나라에서 건너가 명절 때면 고국으로 다녀오는데 한 달 가량 특별휴가를 주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고향이 먼 곳인 데다 워낙 오지에 있고 도로 사정과 교통 수단이 제대로 안 돼 있기 때문에 특별 배려를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한 가구당 대부분 자가용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걸려도 단시간 내지 하루 이틀 이상 걸리지 않는다.
이번 추석 연휴를 보내고 나면 들녘엔 황금물결이 넘실되고 산기슭엔 온갖 과일들이 갖가지 색깔을 발하며 자태를 뽐내고 곧 수확을 기다릴 것이다. 이처럼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자 수확의 계절이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아무 조건 없이 다 내어 주고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숙연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를 볼때 가을의 풍요는 나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벼나 과일은 익어갈 수록 고개를 숙이며 우리 인간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주고 있다. 이는 자신이 성숙할수록 고개를 숙이고 겸손함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선조들이 수백ㆍ수천년 동안 지켜온 자연의 법칙과 함께 전통적인 미풍양속이 살아 숨쉬고 있다.
불우한 이웃들에게 콩 한 쪽 이라도 나눠 먹는 인정이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닌가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는 추석에 넉넉하게 준비한 음식을 불우한 이웃과 함께 나눠 먹어야 한다는 훈훈한 미풍양속이 아닌가 싶다.
지난 여름 살인적인 폭염으로 40여명이 목숨을 잃은 그 유가족이나 뒤늦게 닥쳐온 집중 폭우 등으로 인적ㆍ물적 등 피해를 입은 곳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어려움에 처해있는 불우 이웃에 대한 따스한 사랑의 손길을 펼치는 열기가 가득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18일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제3차 남ㆍ북 정상회담을 가지게 된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완전 비핵화 약속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 확대ㆍ민간인 단체 왕래 교류도 함께 할 수 있는 통 큰 결단을 해줬으면 하는 주문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을 맞아 나라의 안정과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는 즐거운 추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96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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