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함안 여항산 녹아촌가든 멧순이가 세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새끼 멧돼지가 녹아촌 식구들과 동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 홍규 씨는 늘 기계적으로 제시간만 되면 가든 뒤쪽 대밭 닭장으로 향한다.
이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코스를 돌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꼬물꼬물 기어서 자신을 따라 오고 있는 물체를 발견한 것이 아닌가. 꼭 다람쥐 같았다.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알록달록 노란 줄무늬가 영락없이 다람쥐였다.
하도 이상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후 10일 안쪽 남짓 돼 보이는 멧돼지 새끼였다.
놀란 나머지 살짝 안고서 집으로 데려왔다. 부인 최해연(48) 씨의 품에 안겼다.
새끼 멧돼지는 머리를 부비며 사람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마 자신의 어미품안으로 착각했던 것일까. 혼자서 며칠을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를 짐작케 했다.
두 부부는 마침 암컷이라 `멧순`이라 이름을 짓고, 젖병으로 우유를 먹였다.
밤에는 해연 씨의 품안에 안겨서 잠을 자고 함께 생활을 시작했다. 이렇게 이틀 정도를 지내다 먼저 태어난 강아지들 속으로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더니 금새 다가서면서 친해졌다. 강아지(형 누나)들을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이집 풍산개인 `삼순이`가 달포 전 새끼를 낳았다.
멧순이에 비해 덩치가 한배가까이나 더 큰 상태였다. 이때 멧순이를 만난 것이다.
멧순이는 풍산개 새끼들의 틈바구니에서 함께 놀았다. 그러다 때가되면 어미 삼순이 젖꼭지를 찾았다.
힘도 모자라고 키도 너무작아 젖꼭지에 입이 닿질 않았다. 이때 삼순이가 어미 잃은 멧순이가 불쌍했든지 자신의 젖을 순순히 내줬다.
이 광경을 본 주인이나 손님들에게는 신기하고도 기이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여겼다.
이뿐만 아니다. 멧순이가 세숫대야 물에 뛰어들어 털이 젖으면 삼순이가 혓바닥으로 핥아 물기를 말려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어미개의 멧순이에 대한 지극정성이 이상하리만큼 신통해 보였다.
이러한 장면의 순간들을 사람들은 놓칠세라 사진으로 남겼다.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해 들은 누리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를 제작하는 SBS방송사에서 이틀간 다녀가기도 했다.
각종 영상매체에서는 지금 이곳으로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인기를 한 몸에 안고 있는 멧순이를 두고 취재도중 주인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언젠가 멧순이를 야생으로 돌려보내줘야 할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주인은 "적응을 잘 하는 걸 봐서 함께 생활하면서 데리고 살 생각이다"라고 답이 돌아왔다. 참 정이 많이 든 모양이구나 생각을 하면서도,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러다 잠시 뒤 또 다른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산에다 야생으로 방생하면 살아가기 힘들거라"면서 "좀 더 적응훈련을 시켜서 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고 말을 맺었다.
자기의 패밀리 대열에서 이탈된 새끼 멧돼지 멧순이는 녹아촌부부 최해연ㆍ정홍규 씨의 집에서 강아지 형제들과 맘껏 뛰놀면서 지금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김인교 기자
http://www.changwonilbo.com/news/212659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