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북한은 잇따라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귀국길 베이징에서 추후 회담은 미국에 달려 있다며 입장 변화를 거듭 요구했다.
스웨덴이 제안한 `2주 내 협상 재개`에 대해선 미국이 판문점 회동 이후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 낼 수 있냐며 반문했다. 미국이 준비가 안 되면 끔찍한 사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엄포성 발언도 했다. 이전 경유지 모스크바에서는 이번과 같은 역겨운 회담은 다시 진행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결렬 직후 성명에선 기대감을 줘 놓고 새 계산법을 들고나오지 않았다며 미국을 몰아붙였다.
북한이 결렬 수순을 상정하고 발표문을 미리 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미국 국무부의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북한의 논평은 논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대감이 있긴 했지만 사실상 원점에서 재개한 대화라서 성과를 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여정은 지난한 험로임이 분명해졌다.
북한은 이번 협상에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자신들의 선제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어야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로 갈 수 있다고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ㆍ동시적 비핵화 해법의 일환이다. 더불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첨단무기 한반도 전개 중단 등도 요구했을 것이다. 미국이 제시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종전보다는 유연한 입장이 반영된 방안들이 제시됐을 것이다.
북미는 책임공방 속에서도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김명길 대사는 미국에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하라고 권고했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 입장은 불변이라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2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하자는 스웨덴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했다. 우리 정부의 통일부는 한 번의 만남으로 성급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반응을 보면 2주 내 협상 재개는 어려워 보이지만 우여곡절 속에서도 접점 찾기 노력은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70여년을 이어온 한반도 분단 체제와 적대 관계가 하루아침에 극복될 수는 없다. 협상 당사국 간 의지와 인내에 주변 상황의 도움까지 보태져야 성과가 나올 수 있다. 성급한 기대보다는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미 모두에 시간이 많지 않다. 책임공방 자제와 인내심, 유연한 접근을 통한 접점 모색이 필요한 때이다. 협상력 키우기 욕심이 지나쳐 판 자체를 깨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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