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월드컵 축구 대표팀이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북한 평양에 입성했다. 우리 대표팀은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 대표팀과 15일 오후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을 치른다. 이번 경기는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할 여러 경기 가운데 하나이지만 최근 남북 교류가 정치, 외교, 군사는 물론 민간 부문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꽉 막혀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 게 사실이다.
스포츠 내적으로는 우리 축구 대표팀이 지난 1990년 남북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스포츠 교류의 숨통이 트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취재진과 대규모 응원단을 북한이 받아들일 경우 스포츠 교류가 활성화하고 북한의 변화상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컸다. 취재진, 응원단과 함께 우리 정부 인사들이 방북할 경우 다양한 교류 재개를 협의할 기회로도 주목받았다.
우리 정부도 이런 기대 속에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등 다양한 직간접 채널을 통해 북한과 접촉했으나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우리 취재진, 응원단의 입국 비자는 물론 생중계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일정과 절차를 고려할 때 취재진과 응원단의 북한 입국은 사실상 무산됐다.
북미 정상이 마주 앉아 핵 담판에 나섰던 지난 2월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의 태도는 급변했고 남북 교류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장기화하고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운신이 어려워지면서 북한이 기대했던 경제 협력 등이 여의치 않자 북한의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도 가끔은 도를 넘을 정도로 날카로워졌다.
우리 월드컵 축구 대표단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이런 정세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남한 응원단과 취재단을 대규모로 받아들일 경우 예상되는 주민 위화감 등 부작용도 간단치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육해공(陸海空) 직결을 통한 선수단 이동을 거부하거나, 지난 5월 레바논 축구 대표팀의 평양 원정 경기 당시 전례가 있다고는 하나 응원단과 취재진의 입국마저 전면 불허한 것은 유감스럽다. 정치적 갈등과는 별개로 스포츠와 사회ㆍ문화, 인도주의 협력 등을 포함한 남북의 민간 교류는 정상화돼야 한다. 당장 2020년 도쿄올림픽 공동 참가, 2032년 올림픽 서울ㆍ평양 공동 개최 문제 등 남북이 논의해야 할 스포츠 현안은 산적해 있다. 남북 정상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위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약속이 유효하다면 북한은 남측과의 민간 교류 협력에 조건 없이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1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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