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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과 전술` 저자 |
우리나라 헌법 제27조 4항과 형사소송법 제275조 2항에는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에 따라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사법부의 판단이 끝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것이다. 즉,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죄인이 아니기에 죄인이라고 취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죄추정은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구속수사가 인정되는데 구속의 사유는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형사소송법 제70조 1에 따라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이 외 재판도중에 가해자 측이 피해자를 상대로 보복행위를 하거나 재판에 나오지 않고 도주해버리는 경우, 그대로 놓아둔다면 형 집행을 진행할 수 없어서 공익에 반할 수가 있다. 그래서 법관은 신중하게 판단해 구속 사유가 있는 사람을 구속시키는 것이다.
또한 무죄추정은 구치소에 수감된 사람이 재판을 받을 때에도 재소자용 의류인 수용복이 아닌 사복을 입을 수 있는 권리도 있다(헌재결1999년 5월 27일 97헌마137). 이는 피고인이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형이 확정되기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죄추정이 없으면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계속 무죄를 주장해도 2심 재판에서도 유죄 쪽으로 사건을 몰아가게 돼 유죄 고정관념을 가지게 돼서 피고인의 무죄 확률이 작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형이 확정되기까지는 피고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 쪽으로 사건을 몰지 말고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면 무죄 위주에서 유죄인지의 여부를 밝혀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언론이나 방송에서는 검찰이나 국세청, 금감원 등의 관공서에서 어떠한 사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하면 그 사건이 아직 판결로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그 혐의자들을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언론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실명을 밝힐 뿐만 아니라 범인 혹은 범법자로 단정해 버리는 기사도 빈번(頻繁)히 볼 수 있어 이는 언론이 피의사실 공표죄의 공범(共犯)이 될 수 있고 만일 허위사실을 덧붙여서 유포하면 한층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피의사실 공표죄(被疑事實 公表罪)란 무엇인가?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해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행한다(형법 제126조)라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하나의 범죄로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피의사실 공표죄는 2008년부터 피의사실 공표로 293건이 넘는 사건 접수가 있었는데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는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서 정한 기소 전에 수사 내용을 공개하는 예외 사유 규정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고 수사기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수사하고 기소 결정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해서 예외조항이 법률로 신설되면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된 논란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외국의 피의사실 공표죄는 어떠한가. 영국은 언론보도가 해당사건 수사, 재판의 공정한 수행을 저해하거나 편견을 주게 할 정도의 실질적인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 법정 모욕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고, 일본은 수사기관의 공표 행위로 인해 피의자의 명예가 훼손됐을 때에는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처벌한다. 그러나 명예훼손죄에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과 관련해 그 목적이 오로지 공익에 도모함에 있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사실의 여부를 판단해 진실함의 증명이 있을 때에는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 즉, 공익을 위한 진실한 사실은 위법성이 조각돼 형벌을 면하게 된다. 미국은 수사기관의 브리핑 원칙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위반할 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소 시 발표되는 보도 자료에는 기소된 범죄 사실은 단순한 혐의에 불과하며 재판 확정시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의 경우는 피의사실 공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언론의 자유를 강하게 보장하는 분위기로 우리나라처럼 피의사실 공표죄가 입법(立法)돼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피의사실 공표는 검찰의 수사 중에 알게 된 정보로 그 정보가 정확한 것이 아니라서 검찰의 수사 중인 정보를 외부에 알리게 되면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인해서 수사를 받고 있는 형사 피의자나 재판이 진행 중인 형사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고 여론재판으로 몰고 갈수 있어서 될 수 있으면 기소 전에는 절대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중대(重大)한 범죄자나 연예인, 고위공직자 같은 유명인이나 공인에 대한 수사내용의 공개는 증거가 명백하다면 공표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도 충분한 증거와 무죄추정 원칙을 준수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국민의 알권리가 피의사실 공표죄보다 우선인 것이다. 그래서 검찰은 수사에 있어 언론의 감시(監視)와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를 조화롭게 보장할 수 있는 개선(改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19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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