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미국의 압력이 갈수록 거세다. 한미는 내년부터 적용할 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을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많지 않은데도 미국의 압력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국내 반발 정서도 이에 비례해 커져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마저 표출될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고립주의, 일방주의, 상업주의적 안보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주요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한층 노골화하고 있고 한일이 갈등 중인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전방위 압력 행사에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까지 가세했다. 그는 지난 12일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낼 능력이 있고 더 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자국 대통령의 강력한 주문을 이행하는 것이든, 장기적인 동맹 틀 재편 추세에 따른 것이든 집요한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는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그 향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은 마크 밀리 합참의장의 방한을 앞두고 미리 분위기를 띄우는 성격도 띤다. 밀리 합참의장은 14일 열리는 한미 군사위원회(MCM) 참석차 방한해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지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도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주한미군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까지 겨냥한 미국 동북아 군사전략의 핵심 자산이다. 병력 2만 8,000명이 주둔한다는 사실을 훨씬 넘어서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한미 동맹을 상호 필요한 호혜적인 시각에서 봐야 할 이유다. `안보 무임승차`란 주장도 나오지만 어불성설이다. 어느 일방이 훨씬 더 혜택을 보는 구조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 이전까지는 한미가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분담금을 책정해 왔고 협상 과정에서 크게 갈등이 있지는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의 위상을 용병으로 격하시키는 일을 벌이고 있다", "동맹을 돈으로 사려 한다"는 비판이 그래서 제기된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인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지나친 증액 압박이 이어진다면 한국 내 반발 정서가 그만큼 커진다는 지적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잖아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지지부진에 따라 미국 내 대북 피로감이 커지고, 탄핵 국면으로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다. 과도한 비용 청구가 공동의 이익을 지키는 틀인 동맹을 약화해 안보 지형에 부작용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거래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동맹의 특수성과 일반 상식에 부합하는 분담금을 산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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