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검찰에 비공개로 소환됐다.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낸 법무부의 전직 수장이 사퇴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불려 나와 조사를 받는 상황은 그에 대한 호오(好惡)와 유무죄 여부를 떠나 헌정사 측면에서 매우 안타깝고 착잡한 일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입 제도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공교롭게도 수능이 치러진 날 소환이 이뤄지다 보니, 보는 이들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한다.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치 성향 등에 따라 `연민`이나 `검찰의 횡포`를 떠올리는 이도 있을 테고, 반대로 `무관용` 내지 `엄벌`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른바 `조국 사태` 속의 조국은 뜨거운 감자임이 틀림없다.
조 전 장관은 최근 두 번째로 기소된 부인 정경심 교수의 15가지 범죄 혐의 가운데 여러 개에 직간접으로 관여했을 것이란 의심을 받는다. 그중 핵심은 부인의 차명 주식투자와 자녀 입시비리 연루 의혹이다. 조 전 장관은 소환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참담한 심정이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저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히는 등 결백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치 형사처벌을 예감한 듯 "제가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 하는 일로 인해 곤욕을 치를지도 모르겠다"고 밝힌 대목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조 전 장관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의 당연한 권리이겠지만 결백하다면 당당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쪽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과 관련해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은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사실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증거에 입각한 엄정한 수사와 재판은 형사사건의 기본이자 대원칙인데,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을 찬반으로 가르며 온 나라를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이번 사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수사 상황과 흐름을 토대로 조 전 장관이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듯하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입길에 오른다. 어떤 경우의 수로 수렴되든 국민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공정성이라는 큰 화두를 던진 `조국 사태`가 큰 갈등과 혼란을 일으킨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 또한 분명히 남겼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자격 요건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남들도 그러는데 이 정도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검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는 범여권 인사들도 일정 부분 시인한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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