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망을 벗어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지역사회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80대의 고령인 이 환자의 아내도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번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는 엿새 만에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보다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일 가능성 때문이다. 누구에 의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일부 전문가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감염원과 감염경로가 모호한 사례가 산발적 발생의 수준을 넘어 속출하는 국면에 진입하면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자연 소멸에 기댄 사후 관리 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고 경제 전반에도 깊은 주름살이 생길 게 뻔하다.
정부는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초입일 수도 있는 지금 방역의 고삐를 단단히 좨야 한다.
이번 29번 30번 환자는 중국 등 해외 위험지역을 다녀온 적이 없고 다른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감염경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이는 코로나19의 전파력이 기존 분석보다 훨씬 강하거나 실제로는 감염됐는데 확진 받지 않은 `방역 체계 밖의 환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태풍의 눈에 있는 듯한 적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염병 위기 경보의 수준을 현재의 `경계`에서 최고등급인 `심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심각`은 해외 신종감염병이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전파될 때 발동하는 단계로 아직은 때가 이르고 오히려 불안감을 자극할 수도 있다.
전파경로 상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감염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하루 5천 명 수준인 코로나19 진단 검사 역량도 이달 말 1만명으로 늘어난다. 이에 발맞춰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거나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는 사람은 주저 말고 방역 당국에 알리거나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확진 판정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나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일단 버텨보려는 심리가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확진자를 경계하고 비난하기보다는 공감하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수면 아래의 환자를 물 위로 끌어낼 수 있다. 춘제(春節ㆍ중국의 설)가 끝나고 입국하고 있는 약 7만명의 중국인 유학생과 국내 취업 중국인 문제와 관련해서도 체계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하되 이들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2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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