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희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
가장 먼저 들어가고 마지막에 나온다. 2009년 1월 뉴욕 상공에서 엔진이 고장 난 여객기를 과감하게 허드슨강에 불시착시키면서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모두 구한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
그는 마지막까지 비행기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이 더 없는지 두 번이나 둘러보고 탈출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책임지는 모습, 그것이 리더다.
위기상황 발생 때 초기대응 관련 생사를 가르는 조건에서 좋은 사례가 있다. 1912년 승객 2,224명을 싣고 항해중인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 후 2시간 40분만에 침몰해 1,524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구명보트가 부족했고 1시간 40분 뒤 구조선박이 도착했고 어린이 및 여성 우선 원칙 적용해 구조가 이뤄 졌고 선장과 선원들은 끝까지 배를 지키다 사망한 사건으로 침몰직전 달아난 우리나라 세월호 선장과는 비교되는 사건이다.
최근 헝가리에서 한국의 관광객이 많이 탑승한 선박이 추돌 후 침몰한 사건도 선장은 끝까지 배를 지키다 사망했다. 세월호와 유사한 사건은 2012년 이태리도 발생했다. 대형 유람선 콩고르디아호는 항해 중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고 이 배의 선장은 모든 승객이 유람선으로부터 대피하기도 전에 달아나 육지에서 체포됐고 당시 이태리 검찰은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697년을 구형했다.
세월호 선장의 경우도 당시 담당 재판부는 "이른바 골든 타임에 아무런 구호조치에 나서지 않은 채 세월호에서 탈출한 것은 마치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장이 옥상의 헬기를 타고 먼저 탈출한 것과 같다"고 하며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아 징역 36년을 선고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 캐네디스쿨 위기 리더십 프로그램을 보면 위기관리 관련 리더십의 경우 첫 번째 고려사항은 바로 `지휘관은 모자를 함부로 받지 마라`이다. 미국은 위기 상황에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거나 가장 전문성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현장 지휘관이 결정된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우리 정부는 현장도 모르고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직급에 따라 지휘관을 맡았다가 혼란만 자초했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맞는 독일의 엄중함과 진중함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태도와 행동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여러 차례의 회견ㆍ연설에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행동해왔다. 지난 3월 11일 기지회견에서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인구의 70%가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메르켈은 독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의 과학자ㆍ의학자들에게 국경 부분 통제, 국민 이동금지 등 방역 정책을 맡기고 본인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정치 지도자로서 아직 인류가 제대로 모르는 바이러스에 대해 과학적ㆍ의학적으로 조심하자고만 강조했다.
두 번째 고려사항은 고도의 판단력이 때론 요구된다. 바르고 빠른 판단력 이를 `순간 탄력성`이라 부르는데 경험과 훈련의 산물이다. 설렌버거 기장은 엔진 고장이 발견되자 조종간을 잡고 창밖 뉴욕 시내를 보면서 재빨리 3차원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관제탑에서는 주변 공항으로 유도하려 했으나 그는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뉴욕 상공을 낮게 날다가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음을 직감하고 허드슨강에 과감하게 불시착을 감행했다. `바르고 빠른`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고려사항으로 시스템 관리 측면에서 `기대치의 관리`이다. 세월호 사건 관련 사고 첫날 본인도 그날 TV에서 화면으로 목격했다.
정부는 구조자 수를 368명으로 발표했다가 164명→174명→175명→176명으로 번복한 뒤 결국 179명으로 발표했다. `대다수 구조`에서 `대다수 실종`으로 돌아선 발표는 위기관리에서 최악의 실수로 꼽힐 것이다. 사람 심리에는 대비 효과가 있어 기대를 올려놓았다가 급격히 낮추면 희망적 기대치와 참담한 현실 사이 엄청난 간극이 생겨 더 큰 불행과 분노를 낳는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에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확산 못 막는다. 전략 바꾸자" 싱가포르 총리의 솔직한 고백, 마스크 부족 상황에서 한국보다 앞서 배급제를 실행한 대만, 국경봉쇄에 정부가 미적지근하자 시민들이 나서 국경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을 홍콩의 성공비결로 본다.
한국은 선진국들도 인정하는 신속한 검사로 확산 세를 막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는다. 초기대응이 생사를 가르고 리더십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국민도 감사하며 종식 그날까지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이 아직도 필요한 시점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26552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