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이후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을 둘러싼 논란과 비판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런 점은 여론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조사한 결과 윤 당선인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70.4%에 달했고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은 20.4%에 그쳤다. 특히 진보층(57.1%)과 민주당 지지층(51.2%)에서도 사퇴 여론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국민이 이번 사안을 그만큼 엄중하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도 윤 당선인이 구체적 입장을 내놓기는커녕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자 잠행, 잠적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지 않겠냐는 얘기만 나돌 뿐 행적조차 알 수 없다. 넘치는 기백으로 의정활동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초선 의원이나 자기희생을 무릅쓰고 위안부 인권운동에 30년간 몸 바친 활동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윤 당선인이 이끌었던 정의연이 27일 수요시위에서 30년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되 스스로 돌아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윤 당선인을 영입한 민주당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윤 당선인의 제대로 된 해명 없이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난무한다. 이번 사태가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위안부 인권운동과 투쟁 과정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묻혀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21대 국회 임기 개시(30일)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 당선인 관련 고발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윤 당선인에 대해서도 예단을 가져선 안 되는 건 당연하지만 숱한 의혹이 제기돼 큰 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민주당 안에서조차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해영 최고위원이 "형사상 문제는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 확정까지 그 판단이 보류되지만 정치적 영역은 다르다"며 윤 당선인의 신속한 소명과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윤 당선인이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판결 확정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임기 중 상당 기간이 지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윤 당선인은 의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요하는 국회의원에게도 무죄추정 원칙은 똑같이 적용돼야 하지만, 의원직 신분이 수사와 재판의 방패막이로 쓰이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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