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내세워 거액을 모금한 뒤 대부분을 부동산 구입에 쓰거나 건물 신축을 위해 쌓아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제기된 후원금 유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어서 큰 실망과 충격을 준다.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이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하거나 각 기관에 후원 요청 공문을 보내는 방법으로 5년간 약 88억원을 모금했다.
이렇게 모은 후원금 중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은 겨우 2억원이었다. 전체 모금액의 2.3%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마저도 대부분은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니라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 경비로 지출했다고 한다.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이 규정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아 후원금 액수와 사용 내역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관할 기관의 검사도 받지 않았다니 `깜깜이 운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사정이 이런데도 조계종은 연관성을 부인하는 듯 거리두기로 일관하다가 막상 발 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보였다. 경기도가 민관합동조사 방해 등을 이유로 나눔의 집 이사 전원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을 하자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또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이 지사를 선처해 달라며 자신들이 탄원서를 낸 일까지 상기했는데 조계종의 사회적 위상을 고려하면 엄청난 압박이 아닐 수 없다.
나눔의 집 상임이사이자 동국대 이사장인 성우 스님은 민관합동조사단에 파견된 광주시 공무원에게 녹차 기념품을 전달했다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어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 경기도는 최종 조사 결과를 검토해 수사 의뢰할 방침인데 이미 관련 고발사건이 경찰에 여러 건 계류 중이어서 책임자들은 형사처벌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조계종은 나눔의 집이 참회와 발원으로 다시 일어서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경기도에 요청했다는데 진정한 새 출발을 위해선 철저한 자성을 토대로 한 책임 소재 규명과 투명한 운영 체계 구축 등 시스템 전면 재정비가 먼저다.
한국불교의 대표를 자임하는 조계종은 더는 뒤에 숨지 말고 앞으로 나서 제대로 된 참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3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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