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본과 4학년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사태에 정부가 9일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시험은 수많은 직종에서 치르기 때문에 국시 추가 접수는 형평과 공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재접수 등 구제를 반대한다는 글에 수십만명의 동의가 붙고 여론조사에서도 구제 반대 목소리가 절반을 넘는 등 비판의 소리가 만만치 않다.
대규모 미응시에 따른 인턴 의사, 공중보건의, 군의관 부족으로 의사 공급 차질이 예상되지만 이견과 감정의 골이 깊어 해법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의대생들 입장에서는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고 정부는 정부대로 이유가 뭐든 간에 스스로 응시를 거부한 이들에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재응시 기회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결의 길이 아주 꽉 막힌 상황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젠 타협점을 찾아 파행을 끝내라는 여론의 목소리가 있고 정부도 의대생들의 태도에 따라 문제 해결이 가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두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대생 간 직접 대화에 껄끄러운 점이 많다면 선배 의료인들의 중재가 유효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그래서 나온다.
의ㆍ정 협의가 타결되고 전공의들도 현장에 복귀해 집단행동의 동력이 떨어진 가운데 응시 거부를 거두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서울대 의대 재학생 설문조사에서 본과 4학년생의 81%가 단체행동 지속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젠 의대생 대표 단체가 진정성을 갖고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시기를 놓쳐 버리는 등 일부 미숙함을 드러낼 수 있으니 주장은 주장대로 하되 책임은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게 젊은이들의 특권 아닌가. 의료계 선배들도 정부 여당이 강경 입장을 고수한다고 비판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후배들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해결책 모색에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노력이 선행된다면 정부도 응시 기회 부여 등 구제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갈등 해소가 안 돼 의료인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궁극적인 피해는 결국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감염병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벌어진 의ㆍ정 갈등이라는 예외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의료정책 왜곡 저지라는 명분보다는 엘리트 직업군의 집단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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