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들의 재산신고 누락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당선 후 공개한 재산이 총선 입후보 때 신고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게 의심을 키운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으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와 그 결과에 상응하는 검찰 고발 등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재산신고 논란에서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이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다. 총선 때 그는 18억 5,000만원(2019년 12월 말 기준)의 재산을 신고했으나 의원이 된 뒤에는 30억원(2020년 5월 말 기준)을 등록했다. 불과 5개월 새 11억 5,000만원이 증가한 셈이다. 예금이 2억원에서 8억 2,000만여원으로 6억 2,000만여원 늘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다는 채권 5억원 등이 추가된 결과다.
선관위가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간 가운데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혐의로 조 의원을 고발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급하게 서류를 준비하다 생긴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그리 받아들이기에는 누락한 현금성 자산 규모가 커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등록한 국회의원 재산은 8월 말 정부 관보에 공개된다. 하지만 후보로서 신고한 재산은 선거 때 공개된 뒤 선거법 49조 12항에 따라 선거 후에는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삭제되는 등 더는 공개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재직 기간, 재산 변동 내역을 그 이전과 비교해 가려낼 시초 자료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 문제를 지적하며 김진애 의원은 당선자에 한해 후보 시절 공개한 관련 서류를 계속해서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부칙을 둬 21대 의원들도 적용받게 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법 개정 취지는 국회의원 윤리의식 제고와 국민 알권리 증진일 것이다. 그러니 꼭 이대로는 아니더라도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숙의할 필요가 있다.
현행 선거법은 250조에서 국회의원 후보자가 재산을 허위로 기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등 이른바 거짓 재산신고를 무겁게 다루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형성을 왜곡하고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수나 착오 등에 의한 재산신고 누락이라는 소명이 된다면야 문제가 다르지만 당선을 위해 고의로 그런 것이라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카더라`식 무차별 의문 제기가 특징인 정치권의 공방보다는 선관위의 권위 있는 조사와 처분이 한층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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