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무원 3년차에 접어든 아직은 초보 공무원이다.
일선 행정의 최전선이라는 읍면동에서 하루 하루 의미있고 보람찬 생활을 이어 오고 있다.
매일 민원실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만족스러운 무엇인가를 제공해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의도치 않은 상황에 서운해 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이사를 왔다는 아주머니 한분이 젊은 여자직원을 찾는다고 한다.
무슨 일이신지 여쭤보니 이사짐 정리하는데 드릴이 필요해서 고민하던 차에 옆집 어르신이 동사무소에서 빌려주더라 해서 전화로 직원에게 확인하고 급하게 왔다면서 전동드릴 대여를 신청하셨다.
우리동은 2년 전부터 민원실 한켠에 공구함을 마련해 시민들에게 생활속에서 가끔 필요한 망치, 드릴, 스패너 등을 1주일정도 무료로 대여해오고 있다.
그런데 웬걸, 하필이면 전동드릴만 없는게 아닌가. 어제까지만 해도 여유분 1대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에 대여대장을 살펴보니 오전에 다른분이 빌려가신 터였다.
더운날씨에 땀을 뻘뻘흘리고 오신 분에게 미안하지만 지금은 여유분이 없으니 연락드리겠다 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전화로 젊은 여직원에게 문의를 했는데 있다고 해서 왔다며 얼굴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셨다.
당장 필요한데 어떻게 할거냐고 언성을 높이길래 "저희동에 여직원은 저 밖에 없는데 전화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혹시 문의하실 때 이용예약은 하셨는지" 물었더니 그냥 있다고 해서 왔다고만 반복하다가 돌아가셨다.
비록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돌아가시는 그분을 보며 `온라인으로 누구나 쉽게 생활공구 보유수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방문전 대여예약을 하도록 됐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을 건데`라는 생각에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 하루였다.
창원시에서 오는 10월부터 공유누리에 온라인 생활공구서비스 구축에 나선다고 한다.
공유누리는 행정안전부에서 지난 3월부터 구축 운영해오고 있는 공공자원 개방공유 서비스이다. 온라인을 통해 주차장, 강당, 회의실 등 공공자원을 필요한 시민들에게 공유하는 서비스인데 여기에 생활공구 대여가 더해지는 거라고 했다.
이제 창원시민은 누구나 온라인으로 읍면동에 비치된 생활공구 종류, 수량을 알수 있고 대여 가능여부 확인과 대여 예약을 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구를 무료로 빌려주는 생활공구 대여서비스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며칠 전 같은 상황은 이제 없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드는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김지상 씨(창원시)
http://www.changwonilbo.com/news/236191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