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강회는 중국 내에서 악랄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조직으로 공안과 유대가 원만했다. 현금보유량이 많고 자금동원력이 좋아서 로비에 인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닥치는 대로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장기와 인육매매 사업에서 막대한 현금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탕치엔과 꿔런치에 의해 세력이 양분되어 있는 천강회는 두 사람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었고 니레이는 이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여우였다.
건장한 사내들이 병풍처럼 세 사람을 둘러싸고 서 있는 응접실은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니레이가 꿔런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새벽에 오느라 수고했네. 그동안 고생 많았지?"
꿔런치는 머리를 숙이며 힘차게 대답했다.
"모든 게 대형 덕분입니다."
탕치엔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꿔런치를 향해 물었다.
"물건들이 아직도 만만찮게 넘어오데?"
꿔런치가 조소 띤 표정으로 탕치엔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 일이나 잘 해!"
니레이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꿔런치의 등을 두드리자 탕치엔이 니레이를 힐끗 쳐다보고는 입을 삐죽거리며 꿔런치를 향해 물었다.
"우위안춘은 잘 있나?"
니레이는 탕치엔의 우위안춘에 대한 발언 의도를 간파하고 있었다. 탕치엔은 자신의 조직관리 능력을 과시하고 꿔런치가 친구인 우위안춘을 포섭하지 못하고 독자 행동이 노출된 것을 약점으로 각인시키며 최근 선방하고 있는 꿔런치의 한국 시장에 대한 견제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꿔런치의 표정이 굳어지자, 탕치엔이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두 팔을 양 옆으로 벌리고 눈을 크게 뜨며 만족스러워 했다.
니레이는 꿔런치와 탕치엔의 힘의 균형을 통한 충성 경쟁 덕에 조직의 안정과 막대한 자금을 손에 넣고 있었다. 탕치엔은 조직관리 능력이 탁월하고 꿔런치는 충성도와 개인기가 발군이어서 해결사 기질이 강했다. 니레이는 둘의 장점이 뒤섞이기를 기대해 보지만 워낙 앙숙인 사이라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았다.
최근 중국 내의 탕치엔의 활약이 주춤한 것과는 반대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꿔런치의 한국 지부의 실적이 계속 유지되는 흐름이어서 탕치엔에 비해 꿔런치의 표정에 여유가 있었다.
니레이가 입을 열었다.
"요즘 공안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중국 내부의 문제는 탕치엔을 겨냥한 발언이었기에 탕치엔의 표정이 굳어지고 꿔런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니레이의 말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검문 검색이 강화되는 분위기야."
꿔런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꿔런치와 탕치엔의 표정을 번갈아 살피던 니레이가 만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유가 있군."
꿔런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충분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꿔런치의 자신있는 대답에 탕치엔의 표정이 굳어졌다. 니레이가 꿔런치의 잔을 채우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오면 건배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네!"
꿔런치의 빈잔을 채운 니레이가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잔을 들고 입을 열었다.
"자! 축배를 들자!"
세 명의 사내가 상기된 표정으로 잔을 부딪치더니 우렁차게 외쳤다.
"쉬엔깡!"
어느새 날아든 아침햇살이 니레이의 흐뭇한 미소를 환하게 비추었고 미소 띤 얼굴로 니레이를 바라보던 꿔런치와 탕치엔의 시선이 마주치자 불꽃이 튀어 올랐다.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은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오를 기하여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곰장어 포장마차 거리에 들어서자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김해집`이란 간판이 붙어 있는 좌판의 구석진 자리에 도광이 한 사내와 마주앉아 있었다. 도광이 마주앉은 사내의 잔을 채우며 입을 열었다.
"비가 오려나? 날씨가 꾸물꾸물 하네."
"낮술 하긴 좋은 날씨네요. 서울엔 눈이 오겠죠?""정일상! 갑자기 찾아와서 놀랐지?"
"놀라긴요. 저야 반갑죠! 야심한 밤에 부산역에서 취한 선배의 모습을 보리라곤 상상을 못했으니까요."
"술 마시고 타니까 눈 뜨자 부산역이야! 순간이동이더군. 그런데 어제 우리 얼마나 마신 거냐?"
"이미 취하셔서 그냥 기본만 하고 들어갔어요. 술이 많이 약해지셨던데요."
"그런데 하필 해장이 곰장어냐?"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유리합니다. 어차피 낮술 하실 거잖아요."
"그런가? 모처럼 만났는데 한 잔 안할 수 없지."
"진영 철하에 외할머니 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마당너머 점포에 뱀사탕 집이 있었어요."
"뱀사탕이 뭐야?"
"뱀 요리집이요."
"뱀 요리?"
일상은 뱀이라는 단어에 얼굴을 찌푸리는 도광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계속>
http://www.changwonilbo.com/news/23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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