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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 |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는 높이 200m 이상, 50층 이상을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초고층 건물 `LCT`가 완공됐다. 높이 411.6m(101층) 규모로 부산에서 가장 높고 전국적으로는 서울 롯데월드타워(554.5m, 123층) 다음으로 2번째로 높다. 초고층 건축물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에서 초고층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 아닌 부산이다. 전국의 초고층 건축물은 모두 114개, 그 중 35개 동이 부산에 건설됐고 대부분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다. 특히 부산지역 마천루가 몰려있는 곳은 바로 해운대구로 서울 강남구보다 3배나 많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천혜의 바다 자연풍광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 난개발에는 분명히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시공사의 경제적 추구를 행정이 규제하지 못하고 일정 부분 도와주는 역할을 한 것이 크고 특혜시비와 맞물려 시시비비가 있었던 것 같다.
몇해 전 겨울 여의도 빌딩숲을 지날 때 골목바람 찬기가 강하게 느껴짐을 필자도 체험한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해운대의 고층건물에서 폭우를 동반한 강풍, 태풍 관련 창문의 파손 보도가 심심찮게 보도되면서 `신종 재난`으로 급부상한 단어가 있다. 바로 `빌딩풍`(building wind)이다. 초고층 밀집 지역에서 바람이 회오리 치며 강해지는 현상(Venturi effect)으로 도시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주목 받고 있다. 빌딩풍 효과에 대한 서울 여의도의 연구 사례에서도 여의도 공원에서 발생된 바람이 여의도 빌딩숲을 지날 때 풍속은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해운대구청이 한국재정분석연구원에 `빌딩풍 피해 예방대책 학술연구` 용역 결과에 의하면 엘시티 빌딩풍은 유입풍속의 2배로 나타났으며 강풍주의보 단계인 초속 20m 세기의 바람이 발생될 경우 실제 40m의 타격이 가해지는 것이며 해운대의 경우 빌딩풍이 유난히 센 경우는 지형학적으로 바람이 분산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했을 때 최고 101층인 엘시티 일대에 초속 40m의 강한 바람이 불었고 이 빌딩 뒤편의 빌딩풍은 초속 60m에 달했다고 한다. 해안가에 초고층 건물이 난립해 빌딩풍 피해 우려가 가중되고 있으며 고층 건물에서 깨진 유리 파편이 빌딩풍을 타고 날아다닐 경우 주변 인도 보행자, 이동중인 자동차, 상가, 도로구조물 등에 2차 피해 발생도 가능할 것이다.
기존 고층 건물의 빌딩풍 관련 위기 경보체계와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하는 규정 마련도 또한 시급하다. 선진국의 빌딩풍을 약화시키는 대책으로 일본의 경우 건물 높이 100m 이상이면 빌딩풍이 시작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빌딩바람 평가를 받도록 의무화했고 빌딩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표적인 풍혈빌딩(wind avenue)이 일본의 NEC 슈퍼타워빌딩이다. 이 빌딩은 건물 중간에 3층 높이의 전 층을 풍혈(風穴)로 뒀다.
바레인의 세계 무역센터 건물은 빌딩풍을 고려해 쌍둥이 건물의 일정 거리를 두고서 타원형 형태의 건물구조에 빌딩 중간에 풍력발전설비도 설치해 에너지 효율 빌딩으로 건축한 사례도 있다.
영국 런던의 스트라다 빌딩은 건물 상부에 3개의 풍혈과 대형 터빈을 설치해 빌딩풍을 줄이고 건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8%를 충당하도록 시공해 운영 중이다. 상가와 아파트 등 도심지 계획수립과 고층건물 설계ㆍ허가 과정에서 빌딩풍 예측 평가 결과를 의무 제출토록 하는 등 빌딩풍을 고려한 안전개념의 구축이 절실하고 해운대 같은 천혜의 공공 자연경관을 사유화하는 전략은 제고가 돼야 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초대형 태풍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해양환경 변화 속에서 빌딩풍에 대한 재난 위험성과 관련 규정 및 안전대책을 위한 입법화 조치가 또한 빨리 마련되길 촉구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3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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