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공약 경쟁에 불이 붙었다. 부동산 문제는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현안일 뿐만 아니라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고 대선 국면에서도 야권의 주된 공격 소재다.
그래서인지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내놓는 부동산 공약들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대담한 정책 구상을 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3일 기자회견에서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해 임기 내 250만호 이상 주택 공급, 국토보유세 도입,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취득 제한, 주택도시부 또는 주택청ㆍ부동산감독원ㆍ공공주택 관리 전담 기관 신설 등을 망라한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 맞불을 놓으려는 듯 이낙연 후보는 다음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부지에 3만호 규모의 `스마트 신도시`를 조성하고 50년 모기지와 20~30년 장기전세 등 다양한 공급방식을 통해 청년ㆍ신혼부부를 위한 전용단지를 개발하며 자녀를 키우는 40대 무주택자도 입주 가능한 중형 평수의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내용의 부동산 공약을 내놓았다. 임기 중 공공 임대주택 100만호와 반값 이하의 공공 분양 아파트 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던 정세균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운 `공급 폭탄`을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부동산 공약을 보면 큰 틀에서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어가겠다는 여당 후보들의 의지가 읽힌다. 부동산 시장의 최대 교란 요인인 투기와 이로 인한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규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넘어서기도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강조하는 공급대책에서 공공 부문이 담당하는 역할 역시 현행 정책 방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 양상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실패라고 평가한다면 출발점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만, 여당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서 그런 고민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고위 관료들은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만들었을 것"이라거나 "좋은 정책이 있다면 벌써 가져다 썼을 것"이라는 말로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택 시장의 안정을 위한 묘수는 없다는 토로이기도 하다.
대선 후보들이 주력해야 할 것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현 가능하고 디테일한 정책의 개발이다. 특히 여당 후보들은 현 정부의 정책에서 계승해야 할 점 못지않게 극복하고 시정해야 할 점 역시 적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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