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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의 기상이야기]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

[유희동의 기상이야기]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

창원일보 | 입력 : 2023/11/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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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애국가 3절의 첫 가사처럼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 가을이다. 어느새 가을의 끝머리에 서 있는 지금, 여러분은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가? 가을은 많은 것들로부터 느낄 수 있다. 알록달록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면서 느끼기도 하고, 선선한 공기가 옷자락 안을 스칠 때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은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높아진 것을 보고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느낀다. 그렇다면 왜 가을 하늘은 유독 더 높고 푸른 걸까? 공기에 태양 빛이 흡수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확산하는 것을 산란이라고 한다. 가을의 푸른 하늘, 붉게 물든 저녁놀, 그리고 흰 구름 등 아름다운 자연현상들은 모두 공기에 대한 태양 빛의 산란에 의한 것이다.
 


맑은 하늘이 푸르고 노을이 붉은 것은 태양 빛의 공기에 의한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 때문이다. 태양 빛이 공기를 통과할 때 태양 빛은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에 의해 모든 방향으로 산란하게 된다. 태양 빛은 파의 길이가 짧을수록 산란이 더 잘 일어나기 때문에 파의 길이가 짧은 푸른빛이 많이 산란하고, 파의 길이가 긴 붉은빛이 가장 적게 산란한다. 보랏빛도 많이 산란하지만, 우리 눈은 보랏빛보다 푸른빛에 더 민감하기에 하늘이 푸른색으로 보인다. 일출이나 일몰 시 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드는 이유는 태양 빛이 정오 때보다 더 긴 공기층을 통해 지표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파란빛은 긴 공기층을 통과할 때 모두 산란하여 대부분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적게 산란하는 붉은빛이 긴 거리를 이동하여 지표에 더 많이 도달하여 우리 눈에 붉게 물든 노을이 보이게 된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흰색에서부터 어두운 검은색을 띠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름은 수증기와 먼지,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어 질소나 산소보다 입자들이 크기에 미 산란(Mie scattering)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구름에 입사한 태양 빛은 파의 길이와 관계없이 보랏빛에서 붉은빛까지 모든 빛이 고르게 산란한다. 그 결과 옅은 구름은 하얗게 보인다. 비가 내리기 전에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가 오기 전 수증기와 먼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빛이 고르게 산란하여 뿌연 흰색으로 보인다. 구름은 성장 초기에는 흰색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점점 키가 커짐에 따라 전체적으로 회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구름의 아랫부분이 짙은 회색으로 검게 보인다. 구름의 두께가 두꺼운 경우 빛을 산란하기보다 흡수하는데, 지상에 있는 우리 눈까지는 산란 빛이 도달하지 못해 어두운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가을철에는 공기 중의 먼지나 수증기량이 적다. 공기 중에 수증기량이 많으면 파란빛이 산란하여 지표면에 도달하기 어려운데, 가을에는 상대적으로 수증기량이 적어서 산란한 파의 길이가 짧은 파란빛이 더 잘 지표면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분진이 많이 있는 봄보다 건조한 가을에 하늘이 더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가을 하늘이 더 높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가을에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저기압과 달리 고기압의 하강 기류를 발생시키고 공기 중의 먼지를 분산시켜, 지상에서 바라보았을 때 높은 고도에서 일어나는 산란까지 잘 보여 하늘이 높게 보인다. 과학적으로 이해해 본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의 원리를 기억하며, 아쉬운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가을 하늘과 가을을 만끽해 보면 어떨까. 이번 주말 가까운 산에서 산행을 즐기며, 무르익은 단풍도 보고 푸른 하늘도 올려다보며 몸과 마음에 여유를 불어넣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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