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언의 기상 이야기]
|
![]() |
| 기상청장 |
여름이 덥다는 건 누구나 아는 당연한 사실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계곡과 바다에서 피서를 보낸 즐거운 추억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고 열대야에 밤잠을 설친 날들도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는 더위가 이 정도로 무서웠나 싶을 정도로 요즘 느껴지는 여름의 더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에어컨 없이 부채질과 선풍기로 한 해 한 해 여름을 잘 보냈던 어린 시절은 그저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은 듯하다.
작년 여름만 돌아봐도 인도에서 섭씨 5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져 수백 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모로코, 그리스 등 세계 곳곳이 폭염에 시달렸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세계적인 고온 현상과 이에 따른 가뭄, 대형산불 등의 피해는 이제 더 이상 이례적인 여름날의 풍경이 아니며, 이는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바로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상청이 정부 합동으로 발간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1973년 이래 가장 더웠다고 한다. 부울경의 여름철 평균기온도 평년 24.1°C보다 1.8°C 높은 25.9°C를 기록하며 최곳값을 경신했다. 폭염일수는 27.9일로 역대 3위를 기록하며 평년 12.4일보다 2.3배 많았고, 열대야일수는 23.5일로 평년 8.7일 대비 2.7배에 달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9월까지 이어진 폭염과 열대야로 전국에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여름철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기간(5.20.~9.30.)에 신고된 전국 온열질환자는 전년 2,818명 대비 31.4% 증가한 3,704명에 달했고, 그 밖에도 다양한 이상기후 현상과 그에 따른 여러 사회ㆍ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는 어떨까. 기상청에서 지난 5월과 6월에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올 7, 8월의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철 더위는 우리의 불쾌지수를 높일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고, 농업, 축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사회ㆍ경제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올여름 무더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점차 심화하는 폭염과 이로 인한 피해의 증가에 따라, 기상청에서는 여름철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폭염 영향예보`로, 2019년부터 단순히 기온만 알려주는 예보를 넘어 폭염으로 인해 예상되는 분야별 영향도를 고려한 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이는 `관심, 주의, 경고, 위험`의 단계 구분을 통해 폭염의 위험수준을 알리고, 폭염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각 위험수준에 해당하는 실질적인 대응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다. 같은 기온일지라도 분야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폭염의 영향을 고려해, 보건, 산업, 축산업, 농업, 수산양식, 기타(교통, 화재, 정전)의 6개 분야로 나누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는 등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있으며, 올해는 이를 반영해 서비스 개선도 추진했다. 기존에는 발표일을 기준으로 내일의 영향예보만 제공했지만, 5월부터는 모레까지 확대하여 시범 운영 중이다. 추가된 하루는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경제적 피해를 줄이고, 어르신이나 사업장 근로자 등 폭염 민감대상자를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청은 또한, 폭염일수와 온열질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폭염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과 대상에 `맞춤형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엔 경남 창녕군과 밀양시의 농촌 어르신, 보호자, 마을 이장, 보건 관계자에게 문자나 앱 메시지로 제공했고, 올해는 함안군까지 서비스를 확대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과 국내 거주 외국인 등을 위해 제공하는 다국어 서비스도 기존에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11개 언어로 제공하던 것에서 올해부터는 몽골어, 러시아어 등을 추가하여 총 16개 언어로 확대 시행 중이다.
이 밖에도 기상청은 국민들에게 여름철 위험기상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위험기상 대응 요령을 널리 알려 피해를 예방하도록 돕는 공익캠페인인 `해피해피 캠페인`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여름철 폭염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닌, 우리의 삶과 환경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이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예보와 정보들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대응과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와 관련 기관, 기업뿐 아니라 국민 모두 함께 노력하여,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명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 여름을 폭염 피해 없이 보내는 것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폭염을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미래 세대에게 여름이 힘겹고 지난하기만 한 계절이 아닌, 우리의 추억 속 여름처럼 견딜 만한 더위와 그 틈 사이로 이따금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계절이 될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