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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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 / 교육부 연구사 역임 / 한국상담학회 노인상담학회 대외협력위원장, 수련감독 |
발표를 앞둔 교실을 떠올려보자.
한 학생은 계속 손을 움직인다. 어깨가 올라가 있고 다리를 떤다.
다른 학생은 조용히 앉아 있다. 표정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첫 번째 학생을 보면서 쉽게 말한다.
“많이 긴장했구나”
그리고 두 번째 학생에게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저 학생은 괜찮은가 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조용한 학생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을 수 있다. 턱을 꽉 물고 있을 수도 있고, 배가 아프거나 손에 땀이 나고 있을 수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몸과 그 사람이 실제로 경험하는 몸은 다를 수 있다.
◆뇌는 저마다 다른 ‘몸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뇌는 몸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정보를 계속 받아들인다.
호흡은 어떤지, 심장은 어떻게 뛰는지, 근육에는 얼마나 힘이 들어가 있는지, 몸의 어느 부분이 불편한지와 같은 정보다.
뇌는 이러한 정보와 현재 상황, 과거의 경험, 기대 등을 종합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해석한다.
그래서 같은 발표를 앞두고 있어도 몸의 반응은 모두 같지 않다.
누군가는 어깨에서 긴장을 먼저 느낀다.
누군가는 가슴에서 느낀다.
누군가는 배가 아프다.
누군가는 손에 땀이 난다.
또 어떤 사람은 머릿속 생각이 많아지는 것으로 먼저 경험한다.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저마다 다른 **‘긴장의 몸 지도’**가 있는 셈이다.
◆소매틱 관점에서는 ‘관찰’과 ‘해석’을 구분한다
소매틱 접근에서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몸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어깨가 올라가 있다면 관찰할 수 있는 사실은 “어깨가 올라가 있다”이다.
그러나
“저 사람은 불안하다”
“자신감이 없다”
“발표를 못할 것 같다”
라는 것은 이미 해석이다.
어깨가 올라가는 데에는 긴장뿐 아니라 추위, 피로, 통증, 자세, 습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몸을 이해할 때는 해석보다 확인이 먼저다.
“지금 몸에서는 어떤 느낌이 드는가?”
이 질문은 상대를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몸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으로 존중하게 한다.
◆내 몸을 직접 경험해보면 다른 사람의 몸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먼저 자신의 어깨를 느껴본다.
그리고 양쪽 어깨를 천천히 귀 쪽으로 올린다.
2초 정도 머문다.
하나, 둘.
이제 천천히 내려놓는다.
잠시 몸의 변화를 느껴본다.
이 과정을 세 번 반복한다.
그리고 주의를 조금 넓혀본다.
어깨를 움직였는데 목에서는 어떤 변화가 느껴지는가?
턱은 어떤가?
손은?
호흡은?
사람마다 답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어깨가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목이나 턱의 변화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것도 괜찮다.
소매틱 마음챙김에는 모두가 느껴야 하는 하나의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뇌가 다르면 긴장의 표현도 다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기 쉽다.
“나는 발표할 때 이 정도는 안 떠는데”
“다른 아이들은 괜찮은데 왜 너만 그래?”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되잖아”
하지만 사람마다 기질과 경험, 현재의 신체 상태,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같은 상황에서도 뇌와 몸이 반응하는 정도와 표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자기조절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모두를 똑같이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각자가 자신의 신호를 발견하고 자신에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다.
어떤 학생에게는 어깨 긴장-이완 3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학생은 한 번이면 충분할 수 있다.
또 다른 학생에게는 발바닥의 감각을 느끼거나 잠시 주변을 바라보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자기조절은 획일적인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뇌와 몸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몸을 존중하는 교실은 뇌가 안전을 배우는 공간이다
이 원리는 관계에도 중요하다.
친구가 발표 전에 떨고 있을 때 “왜 그렇게 긴장해?”라고 말하는 대신 “잠깐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라고 물을 수 있다.
아이가 몸을 움직인다고 “가만히 있어” 라고 바로 지적하기 전에 지금 어떤 상태인지 살펴볼 수도 있다.
상담에서도 상담자가 내담자의 몸을 보고 의미를 먼저 단정하기보다 그 사람이 직접 경험하는 감각을 물을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관계에서는 큰 차이를 만든다.
‘내가 너의 상태를 판단하겠다’에서 ‘네가 경험하는 상태를 함께 살펴보겠다’로 바뀌기 때문이다.
◆나의 몸 지도에서 우리의 관계 지도로
소매틱 마음챙김은 결국 혼자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기술에서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자신의 어깨를 느낀다.
그다음 나의 긴장신호를 발견한다.
그리고 사람마다 몸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의 몸과 감정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태도로 나의 몸 알아차림 → 나의 뇌와 몸 이해하기 → 다른 사람의 차이 인정하기 → 서로의 상태 존중하기순서로 확장된다. 즉, 몸의 지도를 읽는 능력이 관계의 지도를 읽는 능력으로 넓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