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의 기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동남아가 원산지인 아열대 과일의 재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아열대 과일이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농가소득을 높여줄 새로운 농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지만 재배기술과 비용 등 해결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과일 생산액은 2012년 기준 전체 농업생산액 41조 7,000억원의 9%인 3조 6,000억원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감귤, 사과, 포도, 단감, 배, 복숭아가 우리나라의 대표 `6대 과일`인데 이 같은 전통적인 과일 시장의 틈새를 노리는 게 망고와 용과 등 아열대 과일이다.
아열대 과일 재배는 이미 일부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뀐 제주도에서 가장 활발하다.
제주에서는 2001년부터 동남아가 원산지인 망고와 용과 재배를 본격 시작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재배면적을 보면 망고가 42농가 22.6㏊, 용과는 15농가 4.6㏊에 이른다.
비교적 오랜 노하우와 지리적 특성을 토대로 이들 작목의 재배기술은 어느 정도 정립돼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망고는 산지 도매가격이 ㎏당 2만∼10만원으로 감귤보다 소득이 훨씬 많다.
용과도 ㎏당 1만 5,000∼2만 5,000원으로 농가소득 증대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아열대 과일이 효자노릇을 하자 최근에는 아보카도, 파파야, 왁스애플, 패션 프루트 등이 시험 재배되고 있다.
경남, 전남, 전북 등지에서도 용과, 망고, 파파야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통영시는 아열대 과일을 지역특화품목으로 육성하려고 2010년부터 망고와 용과 재배를 시작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라 3곳의 농가가 1.6㏊에서 재배하고 있다.
통영시는 이 농가들에 연간 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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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백화점에서 모델들이 국내에서 재배된 남미 대표 열대과일인 `패션 프루트`를 선보이고 있다. 패션 프루트는 비타민, 칼륨, 철분, 베타카로틴 등 영양소가 풍부해 노화 및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있다. |
강원도 강릉에서는 구아바 시험재배에 성공하는 등 아열대 과일의 한계선은 점차 북상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까지 나서서 아열대 과일 재배를 확대하고 있지만 기대처럼 새로운 고소득 작목으로 자리잡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열대 과일은 수입 물량과 시장의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한때 고급 과일의 대명사였던 바나나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제주도는 1980년대초부터 아열대 과일의 원조격인 바나나 재배를 시작했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도내 재배면적은 100㏊를 넘었다. 도내 농작물 가운데 단위면적당 최고의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부터 바나나가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제주지역에서 생산한 바나나의 값이 폭락했다.
1994년 이후 바나나 농가들이 재배를 포기해 농장이 하나둘 사라졌다.
현재 아열대 과일은 노지가 아닌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되는데 겨울철 난방비가 생산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난방 효율을 높이거나 노지재배가 가능한 작물의 개발 등이 뒤따라야 한다.
묘목을 심는다고 해도 그 다음해에 바로 열매를 맺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확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열대 과일은 출하시기에 따라 수입물량과의 가격 차이가 최대 3배 이상일 정도로 가격 변동도 심하다.
시설하우스 온도 조절을 통해 출하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춘다고 하더라도 수입 물량이 몰리는 시기와 겹치면 농가가 엄청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경북지역에서는 아열대 과수의 노지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이 석류, 키위, 무화과 재배의 가능성을 시험한 결과 겨울에 동해 피해가 전혀 없는 안전지대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동해안 일부 시ㆍ군에서는 가지에 냉해가 나타났고, 나머지 지역은 묘목이 얼어죽는 지역으로 조사됐다.
여름철 날씨가 아열대 기후에 가까워도 겨울 기온이 며칠만 크게 떨어지면 동사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 농가에서 아열대 과일 묘목을 심고는 있지만 어린 묘목의 동사로 재배면적이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는 게 경북도의 분석이다.
김진국 경상대학교 원예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가 되지 않고서는 크게 성공하기 힘든 분야"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 차원의 시도는 좋으나 지자체가 너무 앞서서 과도한 지원을 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산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미래 농업에 대비하기 위해 온난화에 따른 품종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 품종을 육종하는 데는 적어도 15∼20년이 걸리는데 온난화로 농산물 `재배적지`가 변하는 상황에서 품종, 파종시기, 농사방법 등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온난화대응연구센터는 아티초크, 인디언 시금치, 여주, 강황 등 아열대 채소는 물론 망고, 아보카도, 패션 프루트 등 아열대 과일을 들여와 환경 적응성을 평가하고 생산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해용ㆍ이승형ㆍ홍정표ㆍ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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