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면서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후진적인 인재(人災)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던 어처구니없는 현실 앞에서 기본 원칙조차 작동하지 않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인터넷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유언비어와 비방 글이 버젓이 나돌아 보는 이를 허탈하게 한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성숙한 시민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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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로 많은 사람이 아파하고 있는데도 인터넷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유언비어와 비방 글이 나돌았다. 또한 참사 보도 과정에서 언론이 저지른 대형 오보와 선정적인 보도 행태도 문제시되고 있다. /자료 사진 |
`대충대충 문화` 참사 간접 원인
지난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외형적 성과 위주의 사회 시스템과 `남의 일이려니` 하는 의식이 저변에 깔린 이른바 `대충대충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반성이 나온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는 우리나라 압축 성장이 가지고 온 폐해"라고 규정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통해 하드웨어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는 측면에서 소프트웨어는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라며 "제도나 매뉴얼이 아무리 잘돼 있어도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시민의식 고양ㆍ사회구조 반성` 필요
이 때문에 성숙한 시민 의식과 함께 학교와 사회의 교육 기능이 중요하게 됐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도 "또 다른 사고를 막으려면 정부나 각종 기관의 직원, 교통수단의 승무원뿐만 아니라 시설 이용자도 끊임없이 감시하고 관여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 문화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재난 대응 시스템과 각종 매뉴얼이 잘 실행될 수 있도록 국가가 시민이 학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들을 만든 사회 구조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 의식의 부재와 잘못된 관행들이 서로 연결된 것은 맞지만, 개인의 의식 문제를 말하기 전에 구조의 문제와 정부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조를 먼저 얘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질서와 규칙을 지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강한 불신을 주는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며 "시민이 가진 불신과 배신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모범 사례들이 정치권이나 시장에서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회 전체가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생활 현장에서 발견한 사회의 부조리를 용기 있게 고발하고 자신의 일인 것처럼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 잡으려는 적극적인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 분야 공익 제보 기능 강화해야
세월호 참사로 사고 선박 회사인 청해진해운은 물론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 국가 기관의 규정 위반이나 비리가 무더기로 드러나면서 각 분야의 공익 제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랫동안 쌓인 폐해를 제거하지 않고는 제2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 속에서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언제든 공익 제보로 `적폐` 제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직 돈을 버는 논리에 의해 작동되는 사회 구조에 건전한 제어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라며 "공익 제보도 좋고, 내부의 건강한 노동조합의 견제가 돼도 좋다"라고 말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사고에 앞서 공익 제보가 이뤄졌다면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항상 문제가 생기고 나서 그동안 어떤 잘못과 비리가 있었는지 뒤늦게 드러난다"라며 아쉬워했다.
제보자 지킬 `사회 보호막` 있어야
박 처장은 특히 공익 제보 강화를 위해 공익 제보자들을 지켜 줄 `사회 보호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석호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충 살아도 잘살 수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대충대충 문화가 만들어졌다"라며 "공익 제보를 해도 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 시스템에선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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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어김없이 각종 괴담 등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나돌았다. 우리나라가 정보 통신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와 더불어 정보 윤리 측면을 너무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반성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은 세월호 사고 당시 SNS에서 확산된 허위 구조 요청 메시지. /연합뉴스DB |
윤리의식 부재 … SNS 떠도는 괴담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어김없이 각종 괴담과 희생자에 대한 비방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나돌아 희생자 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우리나라가 정보 통신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와 더불어 정보 윤리 측면을 너무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반성이 나오는 이유다.
정보통신 윤리교육 강화해야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정보 통신 관련 윤리 교육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지금부터라도 아주 어릴 때부터 정보 윤리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라고 방안을 제시했다.
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SNS를 통해 정보를 올리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졌지만 이제는 그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라면서 "SNS 교육을 강화하면서 SNS를 통한 루머 유포 행위에 대해서도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활용하는 SNS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배운철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는 "오보를 냈을 때 전통 미디어가 책임을 감수하듯 SNS 내에서 `자정 작용`이 이뤄지거나 작성자가 책임을 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지난 6일까지 유언비어나 비방 글을 올린 혐의로 검거된 39명 중 10대가 절반 이상인 21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유언비어를 철없는 10대들의 호기심이나 튀어 보려는 잘못된 생각 때문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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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우리나라 언론의 대형 오보와 선정적인 보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정 이입식` 등 재난 보도 접근 행태가 잘못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보도 문제점과 재난 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 모습. /연합뉴스DB |
"언론 `감정 이입식 보도` 문제"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언론이 저지른 대형 오보와 선정적인 보도 행태 역시 수술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언론의 재난 보도 접근 행태가 잘못됐다고 강조한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로 "감정 이입식 보도"를 꼽았다.
위기 상황에서 차분하게 객관적이고 검증된 정보를 알려야 하지만 세월호 사고에서 우리나라 언론은 오히려 감정을 극단화시키는 보도를 하고 속보 경쟁을 한 탓에 오보가 속출했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SNS를 통한 유언비어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그것보다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언론의 오보"라며 "우리나라 언론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기자들이 속보 경쟁에 내몰리면서 불확실한 정보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과거와 현 정권의 선박 규제 완화 때문"이라며 "그러나 언론이 이 문제를 근본적인 의제로 설정하지 않고 감성적인 보도로 일관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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