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외 유명인들 사이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불면서 루게릭병에 이목이 쏠렸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란 지목 받은 사람이 24시간 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루게릭병 환우를 위해 100달러를 기부하고 다시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참여자가 계속 늘어나는 이벤트이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시발점이 된 루게릭병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
| 올해 국내외 유명인들 사이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불면서 루게릭병에 이목이 쏠렸다. 이성복 거창군의회의장(위 왼쪽), 거창교육지원청 김칠성 교육장(위 오른쪽), 대우조선해양 임원진과 12개 주문주 프로젝트 매니저 및 회사 매니저(가운데), 박영일 남해군수(아래 왼쪽), 이성환 NH농협은행 함안군지부장, 차정섭 함안군수, 이현석 민주평통함안군협의회장(아래 오른쪽)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1939년 7월 4일, 미국 양키스 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스 선수로서 17년간 뛰었으며, 통산 타율 3할 3푼, 493개의 홈런을 남긴 전설적인 야구 선수 루 게릭(Henry Louis Gehrig)이 은퇴하면서 남긴 말이다.
그는 2년 뒤 자신을 기려 루게릭병이라 이름 붙여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 인해 38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고, 그가 남긴 명언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 루게릭병이 올여름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불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호날두, 네이마르 같은 스포츠 스타를 비롯해서 빌게이츠, 주커버그 같은 CEO도 참여했고, 국내에도 전파돼 연예인과 운동 선수, 정치인들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 루게릭병 협회에서 환우를 위한 모금 이벤트로 시작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최근 참여가 늘어나면서 연예인의 홍보 수단 등으로 변질된다는 등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있지만,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미국 ALS 협회에 모인 금액이 불과 수일 만에 지난해 모인 금액을 훌쩍 넘겼다고 하니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기부 운동의 시발점이 된 루게릭병이라는 질환은 정확히 어떤 병일까.
루게릭병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다.
척수의 가장자리 쪽에 위치하고 있는 운동 신경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손상이 일어나고 손상 속도가 점점 빨라져 근육 위축 등의 이차적인 변화를 보인다는 의미이며, 이 질환의 원인 등을 명확히 모르기 때문에 병리적인 소견을 바탕으로 이름이 지어졌으나 용어가 어려워 보통 `루게릭병`이라고 하거나 영어의 약자를 따서 `ALS`라고 부른다.
 |
|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 사망한 야구 선수 루 게릭(Henry Louis Gehrig). /AP=연합뉴스 DB |
사람이 움직이고, 말하고, 음식을 삼키고, 숨을 쉬는 등의 모든 행동은 움직임이 있어야 가능하고 움직임은 운동 신경으로부터 신호가 전달돼야 가능하다.
루게릭병은 이러한 운동 신경이 점차 소실되면서 팔다리의 힘이 약해지고, 발음이 어눌해지며, 식사할 때 사레가 들리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보통 감각은 정상이고, 병의 말기에 이르기까지 의식은 또렷이 유지되는 게 특징적이다.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 신경을 상위 운동 신경이라고 하며, 척수의 전각 세포라는 곳에서부터 시작돼 팔다리 등으로 이어지는 신경을 하위 운동 신경이라고 하는데 이 운동 신경들을 침범하는 질환을 모두 `운동 신경원 질환(motor neuron disease)`이라고 일컫는다.
운동 신경원 질환도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인 질환이 상위 운동 신경과 하위 운동 신경을 모두 침범하는 ALS, 즉 루게릭병이어서 보통 `운동 신경원 질환`은 루게릭병과 동의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 나타나는 루게릭병 증상은 힘이 없어지는 것인데, 보통 한쪽 팔이나 다리 등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해 이후 반대쪽 팔과 다리 등에서도 힘이 빠지게 되고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어떤 환자는 팔다리의 힘이 약해지기 전에 발음, 호흡 등에서 먼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 근연축이라고 하는 근육이 꿈틀거리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병이 진행되며 팔다리 등의 근육이 위축돼 마르고 앙상한 체형으로 변하게 되나, 이런 현상은 뼈가 부러진 환자가 깁스를 오래하고 있다가 풀면 움직이지 않고 있던 근육이 위축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못 움직이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이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이 질환 자체의 일차적인 원인은 아니기 때문에 근육병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질환이다. 말초 신경병이나 척수 질환 등도 루게릭병과는 다른 질환들로 감별해야 하는 질환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은 비슷해서 해마다 인구 10만명당 2~3명 정도에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결코 병의 발생률 자체가 낮다고만은 할 수 없으나 워낙 치명적인 질환이기에 보통 3~4년 이내에 호흡 기능 상실 등의 증상으로 사망하게 돼 질환의 유병률은 발생 숫자에 비해서는 적은 것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루게릭병의 진단은 경험 있는 신경과 의사에 의한 임상적인 진찰이 가장 중요하며, 근전도 검사, MRI 촬영 등의 검사 소견과 종합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루게릭병이라고 100% 확진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 검사를 해 운동 신경의 퇴화 상태를 확인해야 하나 살아 있는 환자의 조직을 얻어 검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신경과 의사들이 1990년대에 스페인의 엘 에스코리얼(El Escorial) 지역에 모여 논의를 한 후 진단 기준을 제시했고, 2000년에 개정된 `엘 에스코리얼 진단 기준`이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진단 기준을 만족하는 환자도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질환을 먼저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실제로 근육병 등 다른 질환과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아직까지는 이 질환을 진행을 막거나 다시 좋아지게 할 수 있는 치료약은 없는 상태이고, `릴루텍`이라고 부르는 약이 생존 기간을 3~4개월 정도 연장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1996년에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이후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다.
대개 치료제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발병 원인, 기전이 규명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루게릭병의 발병 기전, 과정 등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루게릭병을 연구하는 규모가 많이 커졌고, 세계적인 협동 연구 등도 이뤄지고 있어 근시일 내에 치료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연경 기자 / 자료 제공=서울대학교병원
http://www.changwonilbo.com/news/106224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