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8일자 1면 지면을 통해 ‘총선 1년도 안 남았는데…부울경 ‘국힘’ 빨간불’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이어 부·울·경 지역 주민들이 여·야의 현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는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지지 정당이 없는 중도·무당층 비율이 지난 대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갤럽이 지난 2일~4일간 전국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 무당층은 꾸준히 20% 후반~30% 초반을 넘나들고 있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무당층은 2022년11월 1주 29%를 보이더니 설을 앞둔 2023년1월 3주차 조사에서는 25%로 줄어들었다가 올 3월 5주 차에는 다시 29%까지 늘어났다.
부·울·경 지역으로 좁혀서 봐도 흐름은 마찬가지다. 보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인 부·울·경에서도 5월 1주 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28%로 나왔다.
▲ 부·울·경서 정부견제론 오차 범위밖 우세
여기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9%)’가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37%)’ 보다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부·울·경 지역만 떼놓고 봐도 ‘정부지원론 40%’로 ‘견제론 45%’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다 모름 또는 거절이 부·울·경 지역에서 15%에 달했는데 이들이 대체로 야 성향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 여당은 이미 민심으로부터 데드라인의 경고장을 받은 셈이다.
▲ 도내 국회의원들 긴장모드… 중도층도 野 쪽으로
이처럼 최근 여론조사에선 유권자들의 표심이 사실상 야권에 기울어져 있다는 결과가 잇따라 나와 부·울·경 정치권이 긴장모드에 접어들었다. 30% 내외에 달하는 중도층 비율의 향방이 결국 내년 총선에서 총선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중도층이 여당 승리(32%)보다는 야당 승리(55%) 쪽으로 쏠렸다는 점이다. 갤럽 조사결과를 보면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도 46%가 야당 승리를 원했고 여당 승리는 24%에 그쳤다.
야당 견제론이 강한 조사결과는 갤럽 뿐만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존재한다. 한겨레 신문 의뢰로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4일 조사 발표한 결과에서도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46.7%)이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41.1%)을 앞섰다.
▲ 글로벌 리서치 조사서도 ‘견제론’ 앞서
이 조사에서도 중도·무당층의 마음은 야권에 좀 더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응답자의 52.8%가 야당 후보 투표 의사를 밝힌 반면, 여당 후보 투표 응답자는 34.9%에 그쳤다. 무당층에서도 야당 후보 지지(43.2%)가 여당 후보 지지(27.3%)를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무당층은 정치 불신이 크고 당파성이 약해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할 뿐이지 정치 무관심층은 결코 아니라 본다. 따라서 선거에서 기권할 가능성도 있지만 막판에 덜 싫은 어느 한 쪽을 택할 수 있다고도 본다. 이럴 경우, 여 지지보다는 야 성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보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갤럽이나 글로벌리서치 모두 공통적으로 뒷받침한다.
▲ 도내 국힘 측 민심 수용 제대로 못한 점 반영
부·울·경 지역, 특히 경남 지역은 이런 민심에 특히 주목한다. 민심 자체가 보수성향이 강하지만 보수 정당인 국힘 측이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결과는 대폭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내 출신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지난 5일 통화에서 “요즘 의원님들도 여의도 비서진들도 모두 좌불안석의 심정”이라 말했다. 그는 “일단은 공천장을 손에 쥐어야 하는데 경남지역은 물갈이폭이 어디까지일지 가늠조차도 힘들다. 보좌진들 마음은 이미 콩 밭에 가있다”고 말한다.
▲ 민주당 측도 부·울·경 여론 지지 못받아 … 향후 쇄신여부 관건
부·울·경은 이처럼 정권심판론이 높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로 연결은 안된다는 특징도 있다.
앞의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부·울·경 지지율은 38%, 민주당은 30%였다. 이 조사에서도 무당층은 28%였다. 글로벌리서치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가 부·울·경에서 각각 36.1%와 30.3%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결국 민주당이 얼마나 쇄신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에 이어 터진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 대한 통렬한 자성과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무당층 증가추세 여·야 어느쪽 유·불리할까
무당층 가운데 이른바 MZ세대인 20·30대에서 무당층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는 점도 주목꺼리다. 갤럽 자료를 보면 대선 때인 2022년 3월 20대에서 무당층이 32%였지만 지난달엔 53%로 급증했다.
글로벌리서치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20대에서 29.5%, 30대에서는 39.0%로 나타났다.
대선이 끝난 후 20대 남성은 국민의힘, 20대 여성은 민주당에 기대를 걸었지만 실망감을 느껴 이탈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선거가 다가오면 무당층 비율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이 때 20대 남녀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는 앞으로 각 당의 이슈 대응에 따라 달라질 거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3년전인 2020년 총선 1년 전 여론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 21대 총선 1년전 조사 결과로 반영
21대 총선 1년 전인 2019년 4월 조사에서 47%가 정부지원론, 37%가 정부견제론에 동의했는데 이듬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올 들어 정당 지지도 변동은 주로 중도·무당층에서 비롯하는데, 대통령 직무 평가나 여러 현안 여론을 기준으로 볼 때 이들의 생각이 여당보다 야당에 가깝게 나타나는 점이 근거다.
이래저래 갈 길 먼 국힘과 정부는 늦게라도 지역 민심 수습에 드라이브를 걸 때라고 말한다. 더 늦어지면 4년 전의 총선 결과가 데자뷔 될 터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중반은 여전히 가시밭길 일색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2023년 1주 대통령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33%, 잘못하고 있다 57%로 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려 평가는 여전히 부정이 긍정답변보다 많았다. 부·울·경 지역서도 잘못 53%vs 잘함 37%로 조사됐다.
인용된 양 기관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879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