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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10/21  창원일보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손영학 동명대 펀 스피치 선임교수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이드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어머니, 지리산 깊은 계곡에서 시작된 비단물줄기가 유유히 흐르는 덕천강가 원계마을, 여름이면 푸름이 물결치던 들판에 울려 퍼지던 새의 울음이 너무도 처량해 저는 어머니께 물었어요. `저 슬프게 우는 새가 무슨 새냐?`구요. 어머니는 빙긋이 웃으며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저 새가 바로 따오기인데 어미를 잃고 우는 울음소리란다" 하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어머니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엄마를 잃고 얼마나 슬펐으면 한 여름 내내 저렇게 슬피 울까?`하고 생각에 잠기곤 했었지요.

그런데 어머니, 그 구슬픈 따오기의 울음이 이제는 저의 울음이 되어 버렸어요. 가을하늘 드높고 뒷산에 단풍잎 곱게 물들어가던 가을날 아침, 어머니는 아흔 연세를 일기로 영원의 나라로 가셨어요. 어머니는 꼭 2년 전부터 진주시 수곡면 원계리, 우리 집을 떠나 하동군 북천면 상촌마을의 누님 댁에서 사셨지요. 우리가 어머니를 뵈러 가면 `내 집에 갈란다. 여기는 내 집이 아니라`며 애기처럼 떼를 쓰시던 어머니, 그러나 직장암이 폐로 전이(轉移)되어 투병생활을 해야 하는 형님의 어려운 처지에 형수님이 어머니의 수발을 들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일이었어요. 그래도 효심이 깊은 딸이 어머니를 모시게 되었으니 이보다 다행하고 복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누님이 어머니의 귀저기를 갈아드리고 목욕을 시킬 때마다 "숙아,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고, 밥상을 받으시면 "숙아, 나는 참 행복하다. 일을 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복 되냐?"며 웃으시던 어머니! 연세가 높아지자 약간의 치매기를 보이긴 하셨지만 진지도 잘 드시고 말씀도 잘 하셨던 우리 어머니! 그러나 지난 추석 때 어머니는 급속도로 기력이 쇠하시고 진지도 제대로 못 드셨어요. 5 남매를 키우시며 일생동안 갖은 풍상을 작은 몸으로 감당하시고 이제는 자리에 몸져누우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동생 영목이 그리도 안타까이 눈물을 흘렸었지요. 어머니 가시던 날 아침, 누님은 어머니를 깨끗이 목욕시켜서 연분홍 옷을 입혀 자리에 누이셨다지요. 그런데 항상 오전 11시가 되어야 오던 요양사가 1 시간이나 빨리 왔길래 누님이 `어쩐 일이냐?`고 물었더랍니다.

 

그러자 요양사가 "어젯밤 꿈에 어머니가 연분홍 고운 옷을 입고 검은 리본을 단 채 하늘나라로 가시는 꿈을 꾸었는데 하도 이상해서 빨리 왔다"고 하더랍니다. 먼 데 있는 자식보다 가까이서 어머니를 돌본 요양사가 어머니의 떠나시는 꿈을 꾸었군요.

 

놀란 누님이 어머니를 흔들며 불렀으나 어머니는 주무시듯 한 마디 유언도 남기지 않으신 채 하늘나라로 가신 후였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자식을 고자(孤子)라 하고 어머니를 잃은 자식을 애자(哀子)라 한다는데 이제 이 아들은 외롭고 슬픈 고애자(孤哀子)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옛날 저의 어린 시절, 논에서 그리도 슬피 울던 따오기의 울음이 부모님을 모두 잃은 지금에서야 저의 마음임을 깨닫습니다. `

 

내 죽으면 꽃상여 태워서 아버지 옆에 묻어 달라`시던 생전의 유언 따라 어머니는 예쁜 꽃상여 타고 코스모스, 들국화 향기 그윽한 길을 따라 아버지 곁으로 가셨습니다. 어머니의 떠나심을 슬퍼하는 지인들이 보낸 조화에는 삼가 명복(冥福)을 빈다고 했는데 그러나 어머니,  어찌 어둠(冥) 속에 복(福)이 있겠습니까? 어머니 가신 하늘나라는 걱정도 슬픔도 없는 기쁨의 나라,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닌 찬란한 빛이 눈부신 나라, 자애로우신 절대자 하나님이 사랑으로 다스리는 해 돋는 나라입니다. 그 찬란한 빛의 나라에서 아버지 만나셔서 생전에 못다 하신 금실지락(琴瑟之樂) 나누시며 영원무궁, 세세손손 보살피는 수호신이 되어 주소서. 아, 나의 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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