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 잣대 오류로 변할 수 있어
개인마다 삶의 잣대 다양하므로
미래세대 위한 줏대 교육 필요
`줏(主)대`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 `자기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내세우는 기질이나 기풍`이라고 되어있다. 지난 광복절에 `줏대`라는 단어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경술국치의 배경을 기록한 책을 읽으면서 지도자의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역사적 책임인지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500년 왕조의 기풍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현실적인 이익을 쫓는 무리들에게 있어 조국은 안중에 둘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누가 감히 국본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세력에 저항할 용기를 낼 수 있었겠는가?
질풍노도처럼 밀려드는 역사의 파랑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는 항변도 있겠지만 황제와 왕족들, 이완용을 위시한 조약 서명자들은 대항할 용기를 지속하지 못하고 대한제국의 명운을 팽개쳐버렸던 것이다.
대한제국이 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개인의 안위에만 급급했던 당시의 지도자들이 국가관이란 줏대를 버렸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합방문서에 그들의 처우를 보장해 준다는 구체적인 조항들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 그들에게 약속한 작위를 주었고 신분을 유지하도록 경제적 보장도 해 주었으니 그들과의 약속을 철저히 이행했다고 볼 수 있다.
몰지각한 지도자들과 달리 시류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민중의 줏대는 오히려 더 강한 국가관으로 거듭났다. 군대 강제해산 이후 많은 별기군관들이 조국을 떠나 이국땅에서 광복 투쟁을 위한 훈련기관인 군관학교 교관으로 활동했으며 항일전투를 진두지휘하여 광복군의 토대를 닦았다고 한다.
1909년 안중근 의사는 이등박문을 처결하여 민족의 울분을 해소해주려 했지만 순종은 그 원흉에게 최고훈장을 추서하고 문충공(文忠公)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은사금 10만원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심지어 중국 대련까지 사절을 보내서 대리조문 하였으며 3일간을 전국 애도기간으로 정해 곳곳에 빈소를 차렸다고 한다. 황제가 인정한 국가공훈자가 이등박문이었다.
이런 이등박문을 폭사시킨 흉도로 안중근을 전락시켜버린 것은 바로 조국이었다. 대한제국 줏대 없는 지도자의 조치로 안중근은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일반 죄인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문충공(文忠公)이란 시호는 역사적으로 고려충신 포은 정몽주, 임진왜란 공신 서애 류성룡에게 내려진 시호이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얕은 잣대로 친일에 앞장선 줏대 없는 자들도 있었지만 지각 있는 몇몇 지도자들과 여린 민중의 줏대는 강하게 살아남았다. 36년 압제기간동안 오롯이 나라를 되찾으려는 잣대로 지켜온 민중의 줏대는 2차 대전 종식과 더불어 찾아온 광복으로 마침내 그 가치가 입증되었다. 조국광복을 위해 몸을 불사른 애국지사들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역사에 만약이라는 말은 필요치 않다. 그러나 만약 그런 애국 활동이 전무했다면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패전국 일본의 한 부분으로 남았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 본다.
줏대는 자칫 잣대의 오류로 인해 변할 수 있다. 개인마다 삶의 잣대는 제각각 다양하다. 올바른 줏대는 개인 생활에서 신용과 연결된다.
더불어 국가관이란 줏대는 국가신용, 국력과 직결된다고 본다. 변이된 지도자의 줏대로 인해 국가의 근간이 무너져 내린 예가 불과 100년 전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도자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은 것은 아니나 필자는 민중에게 크게 기대한다. 특히나 미래를 책임질 세대에 더 크게 기대하게 된다.
현재를 일궈나가는 세대는 물론 미래를 책임질 세대에게 올바른 사관(史觀)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가관, 줏대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유럽과 미국 등의 젊은이들이 의외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나 애국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그것과 비교하면서 요즘 우리 청년들이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들이 간혹 회자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민족, 국가 운운하면 국수적이라고 비판할 이도 있을 것이다. 부모 아래 자식이 있고 나라가 있어 국민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주지시키는데 이유가 필요할까?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대학에 가기 위한 교육과정은 물론 대학공부까지도 취업이라는 단기적인 목표에 치우치는 경향이 많다고 본다.
지식은 살아가는데 편리함을 주는 도구일 뿐이다. 주입식 지식적체에 쏟아 붓는 정성과 노력을 국가의 미래와 그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한 장기적인 줏대 프로젝트, 지혜교육에 할애할 필요가 요청되는 시대라고 본다.
이런 잣대는 민중보다 앞서서 국가 미래를 경영하는 지도층의 잣대가 이행해야할 줏대라고 본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3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