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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일보 편집국장 |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문재인 정부의 물줄기가 바다를 향해 잡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모든 물줄기와 수없이 많은 물결, 그리고 흐름은 결국 바다에 가서 하나가 된다.
물이 흐르다 보면 바위에 걸리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고, 굽이굽이 휘돌기도 한다.
물길이 있는 곳에서는 그 길을 따라 가지만, 물이 많아져 흘러넘치면 본의 아니게 다른 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 다시 합쳐지기를 거듭하면서 결국 바다에 이르게 된다.
불교종파간의 다툼을 줄이기 위해 연각이든 대승이든 결국 그 끝은 열반이라는 가르침에서 나온 만류귀종(萬流歸宗)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무협소설에서 등장하는 `만류귀종`은 정공(正功)의 고수나 마공(魔功)의 고수, 혹은 정공(靜功)의 고수나 동공(動功)의 고수나 끝까지 익히면 그 차이가 없어진다는 뜻으로 통용된다.
동양철학에서 道를 깨달으면 결국 모든 것의 근본이 같다는 말을 흔히 한다.
성철 스님의 유명한 말 가운데 `사실 깨달아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지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등으로 인해 정말로 모든 것의 근본이 하나로 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갑작스레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최근 행보는 종극점인 바다를 향하는 물이 이제 막 발원해 물길을 잡는 단계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치는 진영논리에 휩싸여서 상대 진영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당파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했고 지금의 정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파와 진영은 어떻게 보면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하다 보면 당파와 진영논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국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보수와 진보 논리도 그렇다.
프랑스 혁명이후 국미공회에서 급진개혁ㆍ사회주의ㆍ농민과 노동자ㆍ빈민 등을 대변하던 자코뱅파가 좌측, 온건개혁ㆍ자유주의ㆍ자본주의ㆍ상공업자ㆍ부자 등을 대변하던 지롱드파가 우측 정치성향을 뜻한데서 기인한 것이 진보와 보수를 지칭하는 말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는 현재 체제를 바꾸고 개혁하자는 뜻이요, 보수는 현재 체제를 지켜 안정을 도모하자는 뜻으로 대변된다.
여기서 단지 정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전통 포함), 권력구조(기득권), 경제구조를 모두 포함한다.
좌, 우파 모두 행동양식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좌파에도 진보와 보수가 있고, 우파도 마찬가지로 보수와 진보가 있다.
진보와 보수. 이 두 가지 개념은 정치권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색깔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이념과 정치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지난 박근혜 정권의 실패와 탄핵으로 보수층의 입지가 줄어들었고 일부 극우 세력의 탄핵 불복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보수 전체를 수구꼴통, 불통으로 명명하고 진보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 발전에도 큰 해악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10년 동안 정권을 쥐고 있던 낡은 보수는 기득권을 가지고 안일한 태도로 정치에 임했고, 그 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정권 교체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한 진보가 살아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제 진보정권이 들어서고, 절대 그래서는 안되지만 언젠가 이러한 일이 반복됐을 때 이를 견제할 건강한 보수가 없다면 대한민국은 독재와 다를 것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다.
진보가 잘못한다면 그때는 보수 또한 건강한 진보, 건강한 정권을 되찾기 위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거리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국민들에게 있어 진영논리는 하나의 개념에 불과하다.
어떻든 국민을 위한 국정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사익을 위한 진영논리에 심취해 있다면 국민에게 버림받을 것이다.
진영이 어떻든, 당파가 어떻든, 지금은 국민을 위한 새 정부가 물길을 여는 시점에서 개념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협치(協治)가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때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170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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