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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농촌활성화지원센터 센터장 |
지금 우리가 마주한 농촌의 현실은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삶의 기반이 해체되고 소멸하는 과정에 가깝다. 공동체는 흩어지고 빈집은 방치되며 공공시설은 기능을 잃고 있다. 일자리와 서비스는 주민에게서 멀어지고, 주민들의 일상은 그만큼 좁아졌다.
이제 농촌정책은 과거처럼 단일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일 해법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연동된 전략이다.
그동안 농촌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시행됐다. 생활SOC 정비, 정주여건 개선, 경제ㆍ일자리 활성화, 환경ㆍ경관 보존, 귀농귀촌 지원 등 분야는 다양했다. 그러나 사업별로 주체가 달랐고 각각 성과를 냈지만 개별 사업으로 끝나버렸다. 이처럼 서로 연결되지 않은 정책은 결국 사업의 흔적만 남기고, 주민의 삶을 바꾸지 못했다.
농촌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주거, 일자리, 서비스, 공동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공간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 다행이 농촌공간계획을 법제화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농촌공간 재구조화법)`이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제 농촌도 도시처럼 장기계획에 따라 농촌공간을 체계적으로 관리 및 지원할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즉, 난개발과 저개발이 공존 하였던 농촌을 매력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법적제도가 마련 됐다는 것이다.
이제 접근법을 바꿔야 할 때다.
공간계획은 단순히 무엇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살고 일하고 관계 맺는 삶의 무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 전략이다.
첫째, 주거와 일자리는 함께 가야 한다.
빈집 정비나 귀농귀촌 지원이 일시적 효과에 그치는 가장 큰 이유는 일할 기반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과 가족 단위의 정착을 유도하려면 주거뿐 아니라 농업 외 소득 기반까지 포함하는 정착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공공서비스는 더 가깝고 작게, 그러나 더 촘촘히 연결돼야 한다.
이제 읍ㆍ면소재지를 중심으로 생활권 단위에서 교통, 보건, 복지, 돌봄, 문화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때의 거점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생활권 전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셋째, 공동체는 공간 속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관계가 사라지면 농촌은 기능도 잃는다. 단순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유휴시설 하나를 고치고 일회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사람들이 머무르고 다시 모이게 만드는 공간기반의 공동체 복원이 핵심이다.
다행히 지금도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어떤 지역은 청년 정착지 실험에 나섰고 또 어떤 지역은 주민 공동체를 중심으로 부족한 경제ㆍ사회 서비스 기반을 스스로 구성하고 있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유기적 결합과 중장기 계획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이제 정책의 흔적이 아니라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예산중심에서 계획중심으로, 개별사업 중심에서 공간구조 중심으로 전환될수 있도록 창원시 농촌공간 전략계획이 내실있게 추진 돼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출신으로 농촌공간재구조화법 제정을 추진했던 송미령 장관의 유임과 함께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정책 기조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원시도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과 농촌협약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공간중심의 농촌지역개발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정책의 연속성과 지역의 실천력이 만나 일상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전환점 위에 서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닌 "어디를 향해 갈 것인가"정해진 답을 구하는 과정이 아니라 주민과 행정, 전문가, 중간지원조직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하고 연결해 나가는 과정. 그것이 곧 유럽농촌의 모습이 더 이상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머지 않은 바로 우리 창원농촌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기대해 본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2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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