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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10/20  창원일보
[우외호 칼럼]
돌대가리라니

논설위원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이 아득한 계절이다.


정원에 선 한 그루의 감나무엔 까치밥이라며 달랑 한 개 남겨둔 감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돌돌돌 굴러 흐르는 작은 개울에는 송사리 떼가 물길을 따라 줄지어 유영을 한다. 아무튼 무엇인가를 두고 사색하는 계절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필자는 수석을 예술이라 한다. 그것은 보는 사람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돌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35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 어느 구둣방에 갔을 때 수반(水盤) 위에 놓인 경석(磬石)을 보게 됐는데 마치 작은 산을 수반 위에 옮겨 놓은 듯 했다.


그때부터 돌에 매료돼 탐석을 위해 전국 각지를 유람했다. 약 500여점을 수집해 아침저녁으로 그것을 보며 수석에 담긴 지난 일들을 반추하며 마음의 여백에 희로애락을 그려나갔다. 하지만 지난 외환위기 때 투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그것마저도 대물변제용으로 내놓게 됐다.


돌 하나하나에 마치 자식 대하듯 정을 쏟아 부었는데 그때의 심정은 심장을 도려내는 듯했다.


어느날 지리산 하류 경호강에 탐석하러 갔을 때 만난 어느 괴물 같은 돌과의 인연을 잊을 수 없다. 필자는 탐석을 할 때마다 맨 뒤에 따라 간다. 그 이유는 뒤따르는 여유도 있지만 앞서가는 사람들이 버리고 간 돌을 `이삭줍기` 위함이다. 돌을 버리고 간 사람에겐 굴러다니는 돌로 보였겠지만 수석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수석을 보는 안목 또한 볼 수 있다.


가끔 웃지 못 할 여담도 있다. 탐석자 중에 중에는 수석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에도 안목이 서툰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수석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석질, 색감. 모양. 크기 등을 보았을 때 전혀 손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석을 좀 알 것 같은 필자에게 돌의 작품성이나 가치 정도의 평가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돌을 이리저리 살피는 척하다가 제법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게 돌이냐?" 하면서 길섶으로 던져버린다. 그러면 그 사람 또한 민망한 얼굴로 자리를 뜨는데 그 때 나는 길섶의 돌을 냉큼 배낭 속에 넣는 행운을 잡는 것이다.


경호강에서 탐석한 이괴석도 길섶에 던져 놓은 것을 다투어 주워 담은 것이다. 이 돌은 표정이 살아있고 개성이 강한 모습을 한 전설에서나 나옴직한 괴물이었다. 기나긴 세월에 걸쳐 만고풍상을 겪어온 내력이 돋보이는 정적(靜寂)한 고태의 멋을 지니고 있다. 돌의 살갗이나 주름이 독특했다. 얼굴은 세모인 데다 눈은 사팔뜨기며 마음껏 찢어진 입에는 흰 조개 뼈로 위 아랫니가 박혀 장난기 서린 성난 표정이라고나 할까? 분노의 절정에 선 코와 귀는 웃는 얼굴 모습에 닿지 않았다. 그러나 낯빛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채로워 몇천만년 겪은 풍상(風霜)의 신비를 드러내는 방법은 그 밖에 없다는 듯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이놈은 수시로 인상이 바뀌어 아침저녁으로 보는 필자도 헷갈린다. 술이라도 한잔하고 들여다보면 이 녀석은 비웃기로 하듯 째려본다. 내면이 고요한 날에는 물소리, 바람소리, 세월이 오가는 소리가 귓전을 스치고 산수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또 거북이가 똥 싼 흔적, 토끼가 잠든 흔적, 사슴이 오줌 싼 흔적, 햇살이 머문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백설이 휘날리는 아침에 보면 오들오들 떨기도 하며, 봄이면 꽃샘추위에 놀라 감기에 걸려 홀짝거리기도 한다.


성난 시어머니 얼굴처럼, 때로는 뾰로통한 시누이 얼굴처럼 보이다가도 어깨동무처럼 다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녀석은 우리 가족을 닮아갔다. 가정이 편안하면 녀석도 평온하기 그지없다. 어쩌다 냉전이라도 생길라 치면 녀석은 금세 울상을 짓고 차갑게 대한다. 식구들은 녀석의 눈치에 가급적 재미나게 지내려고 한다.


녀석은 말없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고 필자는 녀석을 감상하며 녀석의 출생지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수석을 보면서 돌대가리라고 한다. 또한 미련한 사람을 돌대가리에 비유하기도 하며 냉정하고 반응에 느린 사람을 목석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표현인지 모르고 하는 우둔한 사람의 말이다. 그것은 사람을 보거나 돌을 보는 인식에서 연유된 적절치 못한 표현이다. 돌대가리라는 말 자체가 속된 비유로서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든 맨 처음 돌대가리라는 비유를 썼던 이는 보석도 돌이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돌의 모양과 색깔이나 석질을 보고 지리학적인 역사를 탐구하거나 돌이 지닌 자연의 신비를 헤아려 보지도 않은 채 즉흥적으로 내뱉었던 말임을 실감나게 한다. 비유를 바꾸어 어느 무딘 사람을 보석대가리, 수석대가리라고 표현했다면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돌을  굴러다니는 돌로만 볼 수는 없다. 한 점의 괴석이지만 여러 가지 자연이 빚어 놓은 형상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필자와 함께한 그 괴석, 옛 주인 생각하면서 어떤 마음과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도 우리 식구들과의 정을 잊지 않고 지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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