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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3/25  창원일보
[안태봉 칼럼]
봄꽃들

시인 / 부산사투리보존협회장
  바야흐로 춘삼월(春三月)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축 쳐져 있는 일상이다.
 

진해시는 제발 벚꽃 구경 오지 마시라고 큰 나팔을 불었다. 불과 25살인 조주빈이라는 청년은 음란물 유포혐의와 각종 성적 학대 장면을 박사방 회원들과 함께 디지털로 성문제 공범자에게 수사를 하고 있는데 이게 모두 아동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엊그제 지인의 모친이 별세를 해 장례식장에 모셨는데 평소에 그의 왕성한 활동을 보면 수천 명의 조문행렬이 이뤄질 것인데 상문을 가자 친척들 몇 분만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상주 역시 문자로 코로나19 때문에 동참을 못하는 분은 ○○은행 온라인으로 조문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우리 고유의 풍습마저 코로나19가 바꿔 놨다. 장례식장을 나서자 하얀 목련은 제 몸짓을 자랑하고 양지 바른 곳에 할미꽃은 봉오리를 맺은 채 봄바람에 떨고 섰다.
 

버들개지 산수유는 어느새 우리 곁에 왔는지 봄의 전령처럼 뽐내고 있었고 벚꽃은 너무 활짝 피어서 봄의 전령으로 미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청매화 홍매화는 이미 끝물인지 서서히 꽃을 떨구고 푸른 잎을 내었다. 아마 봄은 이렇게 꽃 이파리에서부터 오는 것이 확실한 것 같다.
 

이 꽃들은 코로나19 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씩씩하고 묵묵하게 우리들 곁에서 꿈틀거린다.
 

코로나19 발원지 중국 우한은 오는 4월부터 도시를 개방한다고 하며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중에 20% 이상 확진자가 있다고 하는데 신규 확진자가 감소되는 반면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예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바깥을 나가면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봄나물 캐는 손길이 분주한 시기인데 어디로 가나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다.
 

경남도지사는 국민 한 사람당 100만원을 지급하자고 운을 떼었는데, 글쎄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정치인의 입은 무거워야 하는데 한 달도 안 남은 선거가 바로 코 앞에 다가와 있음을 볼 때 표를 의식하고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닌지? 이미 벚꽃은 바람에 휘날리면 눈꽃처럼 흩날린다. 마침 봄꽃 관련 시편이 있어 소개한다.
 

기번춘화상향연<其繁春花相饗宴>   
운거풍래산부쟁<雲去風來山不爭>    
그 숱한 봄꽃의 향연   
구름은 가고 바람이 불어와도   
산은 다투지 않네
 

봄은 생명과 환희를 주고 희망을 주는 계절이다. 각종 나무에는 움이 돋고 들녘의 풀은 푸르게 푸르게 우리를 맞이한다.
 

계절은 빈틈없이 찾아온다. 그렇지만 인간은 간사한지 조금 추우면 춥다고 몸을 움츠리고 약간 더우면 벌써 선풍기를 찾는다. 포근한 봄날씨 속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의료진들의 활약에 큰 박수를 보낸다.
 

콧대 높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료장비를 보내주라고 읍소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의료인력이 얼마나 우수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신사의 나라 영국, 돈 많은 미국을 비롯해 구라파 여러나라에서 사재기 열풍이 넘쳐나 매대에 있는 물건들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국민성이 얼마나 우수한 가를 세계만방에 보여 줬다.
 

이제 그렇게 화려하게 수놓았던 봄꽃들이 지면 곧 여름이 올지니 지금부터라도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다듬어 일상에 임해야겠다.
 

아침 출근길에 시멘트벽 한 구석에 민들레 한 떨기가 노오란 꽃대를 열고 힘겹게 솟아난 것을 보자 생명의 귀중함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본다.
 

봄바람을 기다리는지 둥근 씨방을 달고 센 바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봄은 왔지만 아직 나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니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事春)이란 말을 실감하는 날이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빛과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꽃이 있듯이 실천이 떠도는 사람의 말은 그 메아리가 조용히 그리고 멀리 울려 퍼진다"는 말이 내 곁에서 서성거린다.
 

봄꽃을 보면서 코로나19를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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