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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05/31  창원일보
능선의 미
정 목 일 수필가

 

 

 

 

 

 

 

 

 

 

정 목 일 수필가

 

우리나라 자연미의 으뜸으로 나는 능선의 미를 들고 싶다. 어디를 둘러보나 눈이 닿는 곳은 산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이어지는, 모나지 않게 편안하고 고즈넉하게 굽이치는 능선이다.
 

끊일 듯 말 듯 먼 창공 속으로 영원에 닿기라도 하듯이 이어지는 곡선들이 우리의 마음속으로 흘러든다. 우리 능선이 지닌 자태와 선형의 미는 천년만년 명상속에, 가장 순하고 부드럽게 가다듬어져 그리움으로 흐르고 있다.
 

바라볼수록 다정하고 고요초롬한 가운게 선미가 있다. 평범 속에 깊은 맛이 우러나는 우리 산의 선형에서는 과장, 위세, 압도하려는 기세를 찾아볼수 없다.
 

한가닥 난초 잎의 고요한 성형인 듯, 강물의 허리 곡선을 취하고 있다. 그리운 님의 눈매처럼 깊고 눈썹같이 부드럽다.
 

이런 곡선들이 푸른 하늘 속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신비와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동트는 산 위로 해가 솟을 때 차츰 자태를 드러내는 능선을 바라보노라면 아슴푸레 하늘로 뻗어 나간 곡선들을 따라 마음도 밝아져 온다.
 

달이 산위에 떠오를 즈음이면 능선의 자태는 꿈속에서 보는 정다운 이의 얼굴 윤곽처럼 떠오르다가 어둠 속으로 묻혀 버린다. 티없이 푸른 하늘속으로 가물거리며 뻗어 나간 능선의 선형은 고려청자ㆍ조선백자 항아리의 선이 되고 초가집 지붕, 기와지붕의 선형이 된다.
 

선조들은 집을 지을 때도 마루에서 산등성이의 곡선들을 바라볼수 있게 담장을 쌓지 않았던가. 산등성이의 그 부드러운 곡선들은 자연으로 연결해주는 마음의 탯줄인 듯, 이상 세계로의 길목인 듯 느껴진다.
 

맑은 하늘속으로 뻗어나간 산등성이의 곡선을 바라보면, 어디선가 은은히 종소리가 울려퍼질듯 싶다. 세상에서 가장 청명한 하늘과 부드러움이 샘솟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맑은 종소리를 빚어 낼 수 있었다.
 

선조들은 첩첩한 능선을 타고 하늘 끝까지 번져 갈 종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끝없이 능선을 타고 가는 에밀레종의 맑고 긴 선율… 산등성이의 곡선들은 하늘 강물이 되어 영원으로 흘러가고, 그선은 우리의 마음에 닿아있다.
 

한국인에게 산은 자연 대상물만이 아니라, 마음의 쉼터이자 그리움의 원천이기도 하다.
 

사찰은 산세의 곡선들이 흐르다가 그리움에 이르러 한데 만나지 않으면 안 될 곳, 계곡의 물도 내려오다 서로만나 얘기라도 나누지 않으면 안 될 곳인 합수머리에 지어졌다.
 

산세가 뻗어 나가다가, 물들이 흘러가다, 서로의 아름다움에 반해 멈춰 서서 우두커니 바라보고 싶은 곳을 골라 절을 지은 것이다. 조계산 송광사, 속리산 법주사, 가야산 해인사, 영취산 통도사…
 

우리나라 유명사찰들은 모두 그런 곳에 자리하고 있다. 능선들이 부드럽게 굽이치듯 흘러서, 대금 가락처럼 유유히 영원속으로 뻗어 나가다가 닿는 곳에, 꽃처럼 사찰이 피어 있다.
 

우리 산들의 부드럽고 인자한 곡선을 보면 어느새 마음의 티끌과 시름이 사라지는것을 느낀다. 우리 산의 곡선은 신비의 피리소리가 번져 나간 것이자 이별했던 님이 부르는 손짓이며, 천년만년 쉬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의 유연한 곡선이다.
 

산도 보이지 않는 대평원을 가진 대륙, 바다로만 펼쳐진 섬, 굴곡이 심하며 괴기하고 웅대한 모습의 산들이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산은 어디서나 친근하고 고요한 자태와 선으로 포근히 맞아준다.
 

이렇게 곱고 부드러운 산등성이의 곡선이 민족의 마음속에 담겨서 영원의 선형이 되고 가락이 되고 미의 원형선이 된 것은 아닐까.
 

찬탄과 경이의 선은 아닐지라도, 백두대간에서 뻗어 내린, 웅대한 기상을 지닌 동시에 한없이 부드럽고 편안해지는 온유의 선들은 영원 속에 얻은 마음의 미소가 아닐까.
 

어느곳에서나 눈맞춤할 수 있는 능선들은 우리 마음을 푸른 하늘에 닿게 한다. 산등성이가 지닌 한없이 부드러운 곡선의 미를 볼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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