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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1/29  창원일보
가상자산 과세유예, 2030 의식한 포퓰리즘 아닌가

여야가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내년 1월에서 2023년 1월로 연기하는 법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대선을 앞두고 핵심 투자층인 2030의 표를 의식해 여야가 손을 맞잡은 모양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여야 간사와 정부 측은 지난 28일 `소소위`를 열고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논의,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유예하는 안에 합의했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기를 공약했고, 국민의힘도 굳이 반대하지 않는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민주당에 입법 속도전을 주문하면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여야의 합의 가능성이 큰` 안건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소득세법 개정 이후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나 투자자 보호 방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초 과세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시행을 불과 한 달 앞두고서 여야가 이런 합의를 한 것은 그러한 명분보다는 청년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의 발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철만 되면 조세 원칙이 후퇴하는 장면의 재방송을 다시 한번 보는 듯해서 씁쓸하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가상자산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복권 당첨금과 유사한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연간 가상자산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과 세율 20%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 과세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금융투자소득(기본공제 5,000만원, 세율 20%)으로 분류되는 국내 주식은 1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둔 경우 세금을 1,000만원 내면 되지만 가상자산으로 1억원을 벌면 1,95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가상화폐 투자자와 거래소 등의 반발이 이어졌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시장의 준비가 덜 됐다",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매기는 것은 모순"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후속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과세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국세청 역시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과세 연기가 오히려 혼란을 키운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정부는 과세 유예도 문제지만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늘리는 것은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태도를 보인다.
 

산업자금 공급 지원을 위해 국내 상장 주식에만 준 혜택을 가상자산에 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덜컥 과세 연기 합의 소식이 전해졌으니 포퓰리즘 행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정치권 움직임에 합리성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되는 아파트 가격 폭등과 취업난 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긴 채 영끌과 빚투에 내몰린 청년들의 심정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일관성과 신뢰성이 생명이다.
 

특히 없던 세금을 새로 물려 조세저항을 수반하는 정책은 확정 이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손을 대지 않은 게 바람직하다.
 

이번 합의로 가상자산을 제도화하는 정책 흐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회를 통과한 지 1년이 안 됐고, 시행을 불과 한달 앞둔 정책을 선거공학적 차원에서 연기하는 것은 정치권의 자기부정에 가깝다.
 

그렇게 해서 여론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 역시 오산일 수 있다.
 

민주당은 서울ㆍ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해 말에도 주식 양도세 강화 방안을 유예한 바 있다.
 

2021년 4월부터 `대주주 요건`을 완화해 주식 양도차익 과세 때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대상을 확대키로 한 방침을 없던 일로 하면서 세금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렸지만 선거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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