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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경희대학교 교육협력 중앙병원 특임이사 |
물리학에서 관성(慣性)은 물체의 통성(通性)의 하나로 물체가 외부의 힘을 받지 않는 한 정지 또는 운동의 상태를 지속하려고 하는 성질을 나타낸다. 생활 속의 관성을 찾아보면 버스가 출발하면 발과 버스 바닥 사이의 마찰력 때문에 하체는 버스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상체는 관성에 의해 원래의 자리에 있으므로 몸이 뒤로 쏠린다. 반대로 버스가 멈추면 하체는 힘을 받아 멈추지만, 상체는 계속 앞으로 가기 때문에 앞으로 쏠린다. 조직이 과거의 성공방식을 고수하거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구성원들 사이에 대체로 심리적 관성(Psychological Inertia)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진행 중인 것을 중단해야만 한다거나 변화를 해야만 하는 확실한 논리와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시하고 기존에 내린 결정 또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관성이 개인이나 조직을 지배하게 되면, 즉 편안한 현재의 상태에 만족해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조직은 쇠퇴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그러한 개인이나 기업의 사례들을 우리는 가끔 접한다. 조직의 몸집이 크거나 지난번의 성공 경험이 많을수록, 그에 따라서 관성도 커지며, 변화는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형식(形式)에 대한 여러 의미 중에서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사물이 외부로 나타나 보이는 모양' 또는 '일을 할 때의 일정한 절차나 양식 또는 한 무리의 사물을 특징짓는 데에 공통으로 갖춘 모양' 그리고 '시간, 공간, 동일한 범위 따위와 같이 사상(事象)을 성립하게 하는, 인식의 주관적 형식이 인간에게 있는 조건' 등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서울 이태원 참사 관련 정치권에서 표현된 관성적 반응과 형식적 점검의 결과는 너무 비통하고 아픔이 크게 또 발생했다.
2014년 4월 16일 승객 476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해리 '맹골수도(孟骨水道)'에서 전복돼 침몰했다. 이 사고로 단원고 학생 246명을 포함해 모두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리한 선박 불법 증축으로 좌우 불균형 상태', '과적(過積) 때문에 평형수의 감축과 화물고정의 부실(不實)', '맹골수도에 조타실수 등 운항 부실과 무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되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세월호 총톤수는 기준치 6586t인데 239t 증축하여 사고 당시 6825t 되었고, 선적한 화물량은 기준치 1077t인데 1065t 과적하여 사고 당시 2142t 되었다. 선박 평형수는 기준치 2417.6t인데 1375.8t 감축하여 사고 당시 1041.8t이었고, 선박이 회전할 때 가로 방향으로 기울어진 각도 횡경사가 10도 내외에서 20여 도가 더 기울어져 사고 당시 30도 내외로 조사됐다. 1년여의 수사, 국정조사, 감사 및 재판 과정을 통하여 인재로 드러났고, 기업과 관계 당국의 관성적 반응과 형식적 점검의 관행으로 수익에 치중한 선사, 승객에 대한 선원의 본분을 망각한 윤리의식 없는 승무원 그리고 안일한 감독당국의 합작품으로 어는 언론사는 '언젠가는 침몰할 배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마디로 선사의 무리한 증축으로 인한 복원력 약화, 과적(過積)과 부실 고박(固縛), 선원들의 운항(조타) 과실 등이 결합하고 합작한 참사였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 관련 관성적 반응과 형식적 대응 때문에 해경과 선장에 국민의 질타가 쏟아진 이유도 정리하면, '관할구역에 세월호가 있는지조차 해경 VTS는 몰랐고', '출동하는데 22분 늑장 대응으로 골든타임 놓쳤고', '헬기가 없어 특공대마저도 지각 출동했고', '청장 사고해역 출동으로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 등과 더불어 선박 좌초 후 침몰까지 140분이란 생존 기회를 놓친 것은 승객과 선박의 운명을 책임진 선장이 침수 땐 갑판으로 대피시키고, 배가 기울면 바다로 탈출시켰어야 했는데 이런 당연한 규칙을 지키지 않고 '대기하라'는 오판한 명령의 결과로 참사가 더 커졌다. 세월호 이모 선장은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여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7일 언론 보도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이모 전 용산경찰서장을 포함해 경찰 4명, 박모 용산구청장, 최모 용산소방서장 등을 경찰청 특수본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피의자로 입건됐다. 8일에는 경찰청장, 서울청장, 용산서장 등의 집무실, 용산구청장실, 서울교통공사, 서울소방본부 등 55곳 동시 압수수색을 했다. 이태원 참사 과정은 세월호 참사 과정과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한 반응과 형식을 같이하고 있다.
13만 명 인파가 모여드는 상황을 고려한 구청과 경찰서의 사전 및 초기대응 부실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분명 사고 발생 4시간 이전부터 전조증상(precursors)으로 좁은 골목길로 몰려드는 인파에 시민들의 압사 위험 신고가 여러 건 있었고, 지하철의 하차 승객도 평소보다 많이 늘었고 그에 따른 교통통제부터 인파흐름 통제에 필요한 인력 배치와 몰려든 군중의 동선관리가 체계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인데, 대응은 참사가 시작되고 한참을 지나서 관할서장은 인지하고 현장 도착시간 지연과 경찰기동대의 출동까지도 늦어져 인파 과밀상황 예측판단 실수, 불법건축물 골목통행 방해 과중, 시민 위험상황 예측 신고 무시, 컨트롤타워 부재에 늑장 대응 등 세월호 참사와 같은 초기대응의 총체적 부실, 무능의 합작같은 결과로 또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279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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