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인한 `출혈경쟁`과 계열사에 대한 대기업의 `부당지원` 등으로 말썽이 일고 있는 퇴직연금시장이 정상화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 증권, 보험사 등 52개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지난주 퇴직연금 상품의 보장금리를 연 5% 아래로 제한하고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리스크관리 기준`을 금감원에 냈다.
금융사들은 역마진(손실)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는 금리 상한을 자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넘은 보장금리 상품을 판매할 때는 내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이 그동안 연 7~8%까지 제시해오던 보장금리를 당장은 4%대로, 시중금리가 오를 경우에도 당분간 연 5%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퇴직연금관련 고금리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상품 내용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며 "금리 경쟁 이외의 다른 부당 영업행위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퇴직연금 활성화가 금융산업에도 기여하고 근로자들의 수급권도 좀 더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동부와 실무협의도 벌이고 있다.
또 고금리 경쟁과 함께 퇴직연금시장의 상거래 질서 교란요인으로 꼽혀온 대기업의 퇴직연금사업 금융계열사 지원도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10개 대기업 중 5곳의 계열사 절반 이상이 같은 그룹 소속의 금융 계열사에 퇴직연금을 가입한 것으로 파악,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외부 경쟁자를 배제하고 내부 금융계열사에 퇴직연금을 가입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국회와 금융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계열사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 등 전반적인 부당지원 행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라면서 퇴직연금관련 조사도 함께 벌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조사에 대한 문제라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외부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조사대상 포함여부를 상식적으로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공정위가 최종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금융업계에서는 `빗나간 관행`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편 지난 3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16조36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조2천347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승호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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