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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08/25  창원일보
미꾸라지 잡는 날
김경희 김해벨라에세이 사무국장

장맛비가 물러설 즈음 세상은 모든 것을 처음 맞이 하는 것처럼 신선하다. 오늘도 거침없이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분둑골`에 내린 장맛비를 생각한다.

 

밤새 내린 비로 담장이 무너져 앞산이 휜히 보이고 담장밖에 지나가는 사람을 볼 수 있어 좋지만, 어른들은 손해 입은 농작물과 무너진 담을 복구할 것 을 생각하며 연방 한숨을 내쉬며 잦은 담뱃대 터는 소리가 처량하기 까지 하다.

 

처마 끝에 떨어진 빗줄기로 움푹 팬 마당 모서리는 대숲과 지대가 높은 담벼락 사이로 흐르는 물들이 모여 실개천을 이루고 있다.

 

옷 젖을 것을 염려해 방안에만 있어라 는 어머니의 간곡한 당부는 귀전으로 듣고 언제쯤 비가 그칠지 궁금해 축담 끝에 서서 내리는 빗방울에 손을 내밀은 순간 "희야! 손등에 사마귀 생긴다. 그만 해라 하시는 할머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얼른 손에 묻은 빗물을 옷자락에 닦는다. 몇 일간 지루하게 내리는 비 때문에 옷을 못 말려 할머니 고쟁이와 러닝을 입고 있다.

 

바람은 잠잠하지만, 젓가락 굵기 만한 비는 연방 내린다. 한참을 바라보다 미꾸라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신기한 모습을 발견했다. 찢어진 우산을 씌고 첨벙거리며 대문 밖을 나서니 이미 젖은 차림으로 미꾸라지 잡으러 나가는 아이들을 만난 후, 뜀박질하며 집으로 돌아와 미꾸라지 잡으러 간다고 억지를 부리니 어머니가 괜히 소쿠리 부수고 다치기만 하면 또 꾸중 듣는다 하시며 만류를 하지만 집밖에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어머니도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한다. 오늘은 국 끊여 먹도록 잡아야 된다. 하시며 다짐을 받고는 도구를 챙겨주신다.
헛간에 있는 비료 포대를 뒤집어 씌고 주전자와 대소쿠리를 들고 뛰어나간다. 앞 냇가는 물소리 사람 소리 섞여 시끌벅적 하다.

 

무성한 풀 속에 숨은 미꾸라지를 쫓아 소쿠리 안으로 발을 첨벙대며 몰아넣는다. 한꺼번에 9~10마리는 수월하게 잡히자 혹시 누가 이곳을 탐낼까봐 숨죽여 잡다 보니 이미 주전자에는 미꾸라지가 가득해 진다.

 

지금까지는 겨우 몇 마리밖에 잡지 못해 꾸중만 들었지만 그러나 오늘은 달라진 상황에 칭찬들을 것을 생각하니 해지는 줄도 모르고 신이 나게 잡는다. 얼마나 정신없이 잡았든지 물에 젖은 바지가 무거워 허벅지까지 내려오고 팬티는 엉덩이절반 내려와 허연 엉덩이가 보여 지나가는 남자애가 "야! 너 엉덩이 침한 대 맞아라" 하며 탁 치고 도망을 간다.

 

"어머" 뒷걸음질하다 주전자가 논바닥에 엎질러지자 미꾸라지는 순식간에 물 쪽으로 달아난다. 내 엉덩이 보여준 것 보다 놓친 미꾸라지가 너무 아까워 잽싸게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달아난 미꾸라지를 잡으려 애를 써보지만 몇 마리밖에 잡지 못하고 소쿠리는 절반이상 떨어졌고 주전자는 찌그러져있다.

 

순간 자리에 퍽 주저앉아 발을 비비며 울고 있는데 멀리서 "엄마 오늘 미꾸라지 많이 잡았어" 하는 또래들의 말소리가 속상하다. 도저히 집에 들어갈 용기도 없고 젖은 옷은 나를 더 처량하게 한다. 한참을 마을 어귀를 배회하다 한집 두 집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빈 주전자를 들고 눈물을 닦으면서 돌아오는 길목에 이웃 아주머니가 내 모습을 보고 "희야 너는 오늘 또 못 잡았나. 다른 아이들은 한 바캐스 잡아오던데" 하며 빈정대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미친놈 그 자식만 내 엉덩이를 때리지 않았다면…" 구시렁거리며 집 앞까지 왔다.

 

주전자 안에 들어 있는 몇 마리의 미꾸라지는 요란하게 퍼덕거리고 뒷집에서 끊이는 추어탕 냄새가 진동하니 지친 몸은 시장기가 돈다. "희야 요년은 오늘도 허탕치고 못 들어오는 모양이다" 이미 짐작을 하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그 말씀에 진작 어른들 말을 들을걸. 하며 후회를 해본다.

 

내가 대문밖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아시는 어머니는 힐끗 할아버지 할머니 눈치를 보며 "희야 밥 먹을 때 같이 먹자 새삼 귀찮게 하지 말고 빨 리와" 하며 대문 쪽으로 소리를 친다. 주눅이든 걸음과 내 몰골을 보고 저렇게 겁이 많은 년이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노~ 하며 밥상머리 꾸중은 시작된다.

 

떤 잔소리도 귓전으로 듣기로 하고 허기를 채우기에 바쁘다. 식사도중 할머니가 화가 나셨든지 "아이 쇠 대가리 같은 년 멀쩡한 소쿠리와 주전자만 부수고 하며 숟가락으로 머리를 쥐어박지만 간 갈치 토막을 밥그릇에 옮겨가는 나를 보며 저년은 쓸개는 어디다 두었을꼬? 저래도 밥이 넘어가나?" 하시는 할머니의 정겨운 목소리와 `분둑골`의 여름비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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