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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4/24  창원일보
[김병연 칼럼]
자식농사(子息農事)의 기쁨

시인ㆍ수필가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을 기다리는 농부는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옛날 어른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두 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논에 물 대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자식 입으로 밥 들어가는 것이다.
 

농부는 작물을 가꾸는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싹이 트고 자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수십 번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런데 농부는 매일매일 정성을 다할 뿐 조금도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작물이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도 이런 원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농부는 1년을 기다리지만 교육은 최소한 16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언젠가는 훌륭한 인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 반드시 사랑으로 보살펴야 한다.
 

생활이 교육이고 교육이 생활이라는 말과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관자는 1년을 생각하면 벼를 심고, 10년을 생각하면 나무를 심고, 100년을 생각하면 사람을 심어야 한다고 하였고,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얻는 것이 벼이고, 하나를 심어서 열을 얻는 것이 나무이고, 하나를 심어서 백을 얻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였다. 가을에 거두어들일 것이 많기 위해서는 봄과 여름에 쉼 없이 일하며 곡식이 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라는지 늘 정성으로 보살펴야 하듯이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자식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워선 안 되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강하게 키워야 된다. 자식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농사는 올해에 잘못 지었으면 내년에 얼마든지 복구(復舊)가 가능하지만, 자식 농사(子息農事)는 한 번 잘못 지으면 영원히 복구가 어렵다. 자식의 잘못됨은 부모의 몫으로 남게 되고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
 

가을에 풍성한 곡식을 수확하는 기쁨은 잠깐이지만, 풍년 든 자식 농사의 기쁨은 영원한 것이다. 그래서 자식 농사는 농사 중의 농사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취업하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청년들의 경우 서울대 학사과정을 나와도 대학원 진학자를 뺀 순수 취업률이 50%도 되지 않는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수많은 사회의 변화를 가져왔다. 공무원의 주가를 상종가로 끌어올렸고 전국의 교대를 연고대 수준으로, 한국교원대를 서울대와 연고대의 중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1970년대에는 순경 시험은 미달이었고 일반직 공무원 시험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순경이나 일반직 공무원이 되기도 매우 힘들다.
 

공무원 보수가 한때는 중견기업의 68% 수준까지 준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중견기업의 63% 수준이다. 5급 공무원의 경우 보수가 중견기업 수준이다. 5급 공무원의 보수가 대기업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고 H 자동차 공장의 자동차 조립공의 보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45세 정년이라던 대기업의 정년도 60세 정년이 의무화되고 무노조 경영을 하던 삼성마저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사무직까지 노조가 생겼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최고의 인재들이 기업으로 몰리고 공무원으로 임용됐던 5년 미만의 저연차 공무원 퇴직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 신문 방송에서 있었다. 이에 따른 정부의 대책 마련 보도도 있었다.
 

우리나라가 거지의 나라나 다름없었던 시절인 1953년 8월 15일(음력 7월 6일) 이 세상에 태어나 아들딸을 의사와 교사로 만들고 30년 공직 생활을 마치고, 아들은 대통령 연봉 수준의 보수를 받는 전문의가 되었고 마침내 병원(의원)을 경영하고 있으니 자식 농사 풍년이다.
 

이만하면 내 인생은 축복받은 삶이고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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