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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공인중개사 대표 |
1637년 네덜란드, 한 송이 튤립이 집 한 채 값이었다. 사람들은 튤립 구근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고, 그것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삶도 재산도 무너졌다. 이른바 `튤립 버블`이다. 인간의 탐욕과 집단 망상이 낳은 최초의 금융 버블이었다.
그로부터 약 40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정치판에서도 그와 똑같은 버블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이름하여 `포퓰리즘`이라는 버블 꽃이다. 듣기 좋고 보기에 화려한 구호들이 넘쳐난다. "청년 기본소득", "무상 급식", "국민배당금", "주 4일제 도입" 같은 구호는 마치 무지갯빛 튤립처럼 유권자의 마음을 종종 홀린다.
그러나 그 뿌리는 텅 비었고, 줄기는 허약하며, 이파리는 구호일 뿐이다. 경제는 침체되고, 재정은 고갈되며, 부동산은 일부지역을 제외하곤 개점휴업상태, 민생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책임은커녕 선심성 말장난에만 몰두한다.
튤립 버블 당시에도 경고는 있었다. 튤립 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는 상식, 꽃이 부동산보다 더 비쌀 수 없다는 이성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저 "계속 오르니까 사야 한다"며 집단 광기에 빠졌다. 지금 한국의 유권자들이 그렇다. `어차피 그쪽이 해준다는데 왜 안 찍겠냐`는 사고방식은 `튤립에 전 재산을 건` 옛 네덜란드 사람들의 튤립 무지와 다를 바 없다.
정치인은 달콤한 말만 속속 골라하고, 유권자는 허망한 기대에 부풀고, 언론은 덩달아 부추길 때, 정작 국가는 시름시름 시들고 이미 아랫도리는 휘청거린다. 문제는 그 끝이 항상 비극이라는 데 있다. 튤립 버블이 터졌을 때 누가 책임졌던가? 구근을 팔던 상인도, 가격을 띄우던 투기꾼도 사라졌다. 오직 그 허망한 꿈을 샀던 평범한 민초들만이 거리에 나앉았다. 포퓰리즘은 말 잔치가 끝나면 언제나 민초의 몫으로 온갖 혈세가 뭍은 청구서를 내민다.
지금처럼 선거철이 오면, 우리는 망상이라는 꽃밭을 거닐고 있다. 현실을 마주하고 따가운 시선과 농심(農心) 같은 흙냄새 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허망한 정치꾼들의 날름거리는 세치혀가 만든 빈 약속이라는 향기에 이미 취해 있지는 않을까?
그렇기에 더욱 유권자는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정치인의 말보다 그의 실적을 보자. 구호보다 숫자를 보자. "다 해 주겠다"는 말보다, 진정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묻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게 진짜 현실정치가 아닐까?
튤립은 아름답지만 금방 진다. 그리고 남는 건 시든 줄기와 허무뿐이다. 한국 정치의 아른다운 봄을 정말 바란다면, 이제 그 거품의 꽃에서 우리 모두가 깨어 있어야 할 시간이다.
화왕산 인근의 문필봉 아래 까페, 토담 앞에는 빨간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고 있다. 꽃향기와 풀향기에 온통 취한다. 마치 뒷동산에서 마냥 뒹굴던 친구들 향기 같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던 화무는 십일홍(化無十日紅). 얼마나 갈지 두고볼 일이다. 마치 한국 정치판의 어제와 오늘 같다. 보나나마, 금방 탄로나던 뻔한 빈말잔치들 같지만,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진중하게 무엇을 해야할지 깊이 사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희망해 본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1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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