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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ㆍ前 마산중앙중학교 교장 |
타면자건(唾面自乾)은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으로 삶을 살아감에 인내가 필요함을 이르는 말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 측천무후(則天武后)때 황제의 총애를 받던 누사덕(婁師德)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관후하고 청신하여 남이 범법을 해도 이를 따지지 않았다.
그의 아우가 대주자사代州刺史에 제수되자 누사덕이 말하였다. "우리 형제의 영화와 총애가 지나치게 성하면 남의 미움을 사게 된다. 어떻게 스스로 면하겠느냐?" 아우가 말하였다. " 지금부터 남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이를 닦고만 있겠습니다" 누사덕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내가 걱정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남이 네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은 너에게 성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닦고만 있다면 그 뜻을 거역하면서 그 노기를 겹치게 하는 것이다. 침은 닦지 않아도 저절로 마른다. 마땅히 웃으면서 이를 수용하여야 하느리라"
그렇다. 사실 침 같은 것은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자연히 마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 때는 침을 닦아낼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그냥 마르도록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불교에서도 인내는 마음을 수행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강조되는 항목이라고 하였다.
옛 우리 선조들은 감정과 행동을 절제할 줄 알았으며,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삭이며 멈출 줄 알았다.
비록 삶은 어려웠지만, 이웃 간의 사랑과 나눔으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의 인간 관계는 어떤가. 한국인의 정이 무색할 정도로 하루가 멀다고 끊임없는 충돌과 사악함, 냉혹함, 간사함, 잔인함, 질투 등 여러가지 부정적 요소들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야말로 끊어지기 직전의 고무줄처럼 팽팽하고, 성난 파도처럼 폭풍우처럼 분노에 찬 살벌함이 들끓고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무너뜨려야 하고, 상대방의 논리를 듣기보다는 약점을 찾아 공격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생각만 절대적으로 옳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일은 바로 갑작스러운 화와 분노이다.
화와 분노에 휩싸이면 이성을 잃고 원한을 갖게 되며,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해 평생 후회할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예의도 체면도 인격도 다 화와 분노 앞에서는 사라진다.
그래서 가급적 화나는 일은 피하고, 상황을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함으로써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순간만 넘기면 풍파가 가라앉고 한 걸음 물러서면 세상이 넓게 보인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잠깐 기다려보고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어떨까.
참고 견디면 행복해지는 세상, 하루를 참아서 몇 달을 벌고, 며칠을 참아서 몇 년을 번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잠깐의 화와 분노를 참지 못해 평생의 오점을 남기고 살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무슨 일이든 극한적인 대립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로지 파멸을 초래하며 후회와 상처만 남을 뿐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 오만과 비난, 미움을 거두고, 겸손의 미덕으로 아량을 베풀며 함께 호흡하며 함께 걸어가야 한다.
그리고 잠깐의 인욕忍辱, 그것이 내 안에 자리 잡는다면 자신과 내 이웃, 우리 사회에 섬광閃光이 번쩍이라 믿는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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