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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대구가톨릭대학교 창업경영학과 교수 / 경영학박사 / 논설위원 / 섹소폰니스트) |
*이 글은 며칠전 억수같은 소낙비가 내리던 날. 창녕의 역사지킴이, 우당(牛堂) 성두철 선생과 함께 오랜 역사의 현장을 기행한 후의 감상문이다.
◆두 사찰에 담긴 전설
창녕의 관룡사(觀龍寺)와 용흥사(龍興寺).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관(觀)`은 본다는 뜻이고, `흥(興)`은 날아오른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관룡사에서 승려들이 기도를 올리던 중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장면을 보았다고 한다. 그 순간이 바로 `관(觀)`의 기원이다. 그리고 그 용들이 힘차게 날아오른 곳이 바로 용흥사라 하여 `흥(興)`이라 이름 붙었다. 짧지만 상징성 강한 이 전설은 두 사찰을 단순한 절이 아닌 신화적 서사로 엮어주는 연결고리다.
관룡사는 신라 진평왕 5년(583년), 고승 증법대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로, 수많은 중창과 재건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반면 용흥사는 고려시대 승려 효초의 기록에서 그 이름이 나타나고, 조선시대에는 왕실과 인연을 맺으며 번성했으나 19세기 말 쇠퇴해 결국 폐사됐다. 당시 이 절의 국보 75호 유물인 청동 은입사 향완(靑銅 銀入絲 香碗). 고려명종 7년(1177년)과 1346년 (고려 충목왕) 중에 제작되었다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청동제 향로다. 향로에는 창녕군 북면 용흥사로 새겨져 있다 (지금의 성산면). 현재는 밀양 표충사호국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관룡사는 하나는 살아남아 역사의 맥을 잇고, 용흥사는 사라졌지만, 두 사찰을 관통하는 전설은 여전히 창녕의 문화적 상징으로 남아 가치를 더하고 있다.
◆경계의 땅, 관기봉이 주는 교훈
관룡사와 용흥사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두 지명을 기억해야 한다. 관기봉(觀妓峰)과 각료암(覺寮岩). 관기봉은 창녕ㆍ청도ㆍ달성군 세 지역의 경계에 자리한다. 관기봉은 이름처럼 옛날 기생을 바라보던 봉우리라는 설도 있으나, 더 본질적 의미는 `본다(觀)`는 행위다. 이는 관룡사의 `관(觀)`과도 연결된다. 성산면 소재의 각료암은 깨달음(覺)과 수행처(寮)를 의미한다. 즉, 불교의 사유와 자연의 상징이 지명에 고스란히 스며 있는 셈이다.
이 땅은 단순한 산줄기가 아니다. 조선시대 부터 3개군의 행정구역의 경계였고, 전란과 봉기의 길목이었으며, 사찰과 암자가 번성한 수도와 수행의 길이었다. 특히 관룡사에서 용흥사로 이어지는 이 길은 승려들이 교류하던 수행로이자 창녕의 불교문화가 오가던 큰 통로였다.
◆전설과 지형이 남긴 역사적 메시지
관룡사와 용흥사의 전설, 그리고 관기봉과 각료암의 존재는 우리에게 묻는다. 경계란 무엇인가? 과거 이곳은 분리의 상징이 아니라 서로를 이어주는 소통의 길목이었다. 경계가 갈등의 선이 아니라 교류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사찰의 이름을 다시 떠올려보자. `본다`와 `날아오른다.` 본다는 것은 사유와 성찰의 시작이고, 날아오른다는 것은 변화와 도약의 완성이다. 이 두 단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지금의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날아오를 것인가. 과거의 사찰과 암봉은 이 질문을 조용히 던지고 있다.
◆오늘의 교훈
이렇듯 화왕산 관룡사와 비슬산 용흥사 절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창녕의 역사, 정신, 그리고 문화적 자산이다. 관룡사에서 용흥사로 이어지는 길목,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한 관기봉과 각료암은 경계를 넘어선 화합의 상징이다. 전설은 종종 삶의 교훈이요,나침반이다. 그것은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남긴다. 본다는 것, 그리고 날아오른다는 것. 관룡사와 용흥사가 전하는 이 두 단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가르침이다. "성찰을 통해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게 곧 진리가 아닐까?" 하던 우당(牛堂)선생의 말씀이 종종 귓전을 울린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3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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