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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공인중개사 대표 / 경산시 주민예산위원 |
◆더운 여름, 떠오른 기억
올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길다. 이런 날 문득 어릴 때의 여름이 떠오른다. 그때의 여름은 개울이 곧 우리의 놀이터였다. 반짝이는 햇살이 물결에 부서지고, 발목을 간질이는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쳤다. 돌멩이를 하나씩 뒤집으면 까만 다슬기가 붙어 있었고, 그것을 주워 모으며 친구들과 깔깔대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귀전에 선하다. 방학 내내 개울가에서 놀던 그 시절이 그리워, 다시 한번 다슬기 잡이에 나서기로 했다.
◆잊을 수 없는 자연의 품
필자의 고향 앞에는 큰 농바위라는 개울이 있었다. 저녁이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다리 위에 나왔다. 처녀 총각은 웃으며 담소를 나눴고, 아이들은 물에 뛰어들어 장난을 치며 놀면서 멱도 감았다. 달빛이 밝으면 밝은 대로, 어두운 밤이면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우리는 자연과 함께 했다. 하늘과 바람, 풀과 꽃이 모두 우리의 놀잇감이었다. 그 시절의 여름은 자연이 준 선물이자 우리 모두의 추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깨끗한 물을 찾기 힘들고, 다슬기가 살만한 환경은 거의 사라졌다. 농약과 생활하수, 무분별한 개발이 강과 개울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향수를 안고 2시간을 달려 다슬기가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다시 찾은 다슬기, 그리고 어머니의 맛과 멋
어둠이 내리는 저녁 무렵, 물가에 도착하니 돌멩이에 까맣게 붙어 있는 다슬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감정은 즉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다슬기를 주워 담으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어릴 적에는 이렇게 잡은 다슬기가 어머니의 손끝에서 따끈한 국으로 변해 밥상에 올랐다. 부추만 넣고 푹 끓인 다슬기국은 구수하고 소박했다. 오늘따라 어머니의 그 맛이 너무나 그립다. 다슬기를 잡으며 마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이 다슬기로 과연 어머니의 손맛을 낼 수 있을까? 아무리 재료가 같아도 엄마의 손 맛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자연의 품
지금의 아이들은 워터파크나 인공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깨끗한 개울은 점점 사라지고, 다슬기 잡이는 추억 속에만 남아 있을 것이다. 흙냄새, 풀벌레 소리, 물살의 차가움, 돌의 무게감 같은 자연의 감각을 느낄 기회가 이제는 거의 없다. 이는 단순한 놀이문화의 변화가 아니라, 자연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생태계 파괴, 농약과 생활하수로 우리는 소중한 자연을 잃어가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체험하고 몸으로 부대끼며 놀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여름이면 맨발로 개울을 건너고, 다슬기와 피라미를 잡으며 자연과 친구가 되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추억이 있는 아이는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지키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번 여름, 다슬기 잡이를 통해 그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소싯적 추억은 다 사라지지만, 우리가 마음을 모으면 자연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개울에서 다슬기를 잡으며 웃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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