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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 / 논설위원 / Saxophonist / 대구가톨릭대학교 창업경영학과 교수 / 교육부ㆍ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상 |
◆빵에 깃든 문화와 온기
밀가루와 버터, 설탕은 어디서나 흔한 재료다. 그러나 장인의 손길을 거치면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종합예술이 되고, 사람을 살리는 힘이 된다. 며칠 전 사회적기업 인연으로 <ADELA 7 SEVEN(1993)> 서홍원 명장과의 첫 만남은 필자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아직도 왕성한 열정을 지닌 그는 사회적 책임의 실천에 목마른 듯,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가였다.
한국 제과계의 큰 별, 제과명장(製菓名匠) 서홍원은 장인의 혼(魂)과 기업가정신의 전 과정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경남 함양의 첩첩산골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빵에 매혹되어 평생을 제과의 길에 바쳤다. 서 명장은 제과를 단순한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혼을 담아내는 문화적 업(業)으로 끌어올렸다. 대통령 훈장과 표창과 수많은 수상들이 객관적인 징표들이다. 그의 빵 한 조각 속에서 사람들은 배부름을 넘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열정에서 `진정한 맛과 멋의 창업가정신`이 전하는 위로와 희망을 맛보았다.
◆한 길을 걸어온 장인정신
서홍원 명장은 수십 년간 새벽을 깨우며 반죽을 다듬는 근면성과 성실을 실천했다. 같은 실험을 수백 번 반복하면서도 더 나은 맛과 멋을 찾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 등 서구의 오랜 제과 전통기술을 배우되 그대로 모방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인의 입맛과 정서를 고려해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냈다. 크루아상과 케이크에 담긴 서양의 미학을 한국인의 따뜻한 정서와 결합시킨 것이다. 이는 대량생산의 물결 속에서도 장인적 완성도와 예술적 감각을 지켜낸, 한국 제과 정체성 확립의 중요한 토대였다.
◆사람과 사회를 향한 나눔
무엇보다 서 명장은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그는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며 단순한 기술뿐 아니라 인간됨과 나눔의 가치를 강조했다. 제과를 단순한 직업 기술이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적 행위로 가르쳤다. 또한 지역 사회와 청소년들에게 `빵으로 희망`을 나누며 공동체적 책임을 실천했다.
"제과는 단순한 미각을 넘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삶의 실천이었다. 새벽을 여는 성실한 일상과 꾸준한 봉사의 정신은 그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이러한 헌신은 한국 제과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공동체적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장인정신이 남긴 향기
오늘날 우리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서홍원 명장이 남긴 발자취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제과는 기술만이 아니라 인격과 철학, 그리고 나눔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이다. 경남 함양의 촌놈이라 불리던 한 소년이 고2 시절의 열정 하나로 한국 제과사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맛과 멋의 실천이었다. 그의 빵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에 남은 것은 단순한 맛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의 향기다. 후배 제과인들이 이 정신을 이어간다면, 한국 제과는 더 깊고 넓은 세계로 나아갈 것이다. 제과명장 서홍원의 혼(魂)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대구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필자는 그의 발자취를 곱씹었다. 차창 밖 산과 계곡의 높낮이는 마치 명장이 걸어온 험난한 태산준령 같았다. 오랜만에 체험한 살아있는 창업가정신의 현장은, 야래향처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유혹의 향기였다. 다시 그곳을 찾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왜냐하면 명장활동의 모든 명분은 배려와 나눔으로, 실리는 모두 소비자의 몫으로 돌리는 그의 창업가정신과 향기를 또 음미하고 싶기 때문이다.
http://www.changwonilbo.com/news/32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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