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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국/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논설위원 / Saxophonist / 교육부ㆍ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상 |
상큼한 가을아침은 하루가 다르다. 들녘에 안개가 걷히면 벼이삭이 금빛으로 빛난다. 넉넉한 배추 이파리 같은 농심(農心)의 결과다. "씨뿌려 거두고!" 구순이 넘은 아비의 한평생 교훈처럼…. 들녘으로 향하는 발걸음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계절의 풍경이 종종 다르게 보인다. 젊을 땐 바람의 깊이를 몰랐고, 지금은 스치는 바람에도 속 뜻을 알것 같다. 인생의 가을 언덕에 서면, 종종 세상보다 자신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가을은 늘 화려함이 아니라 비움의 계절이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건 끝이 아니라 순환의 시작이다. 단풍도 인간의 삶도 같다. 움켜 쥘수록 욕심이요, 슬슬 놓을수록 더 편안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덜어내는 법을 배우는 일이 아닐까 싶다. 비움은 상실이 아니라 결국은 완성이다.
가을 바람은 유난히 조용하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 삶의 온갖 섭리가 들어 있다. 고요한 순간에야 비로소 자신의 소리가 들린다. 젊음의 바쁜 세월에 놓쳤던 온갖 감사와 삶의 흔적마다 놓쳤던 숨결이 되살아난다. 건강한 노년은 근육보다 마음의 힘에서 비롯된다. 오만가지 욕심은 점점 내려놓고, 나의 하루를 온전히 느끼는 것, 그것이 인생길, 소풍길이 아닐까?
종종 가을 들길을 하이킹 한다. 소풍가는 마음으로…. 낙엽은 흩어지고 바람은 부드럽다. 인생도 그렇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바르게 사는 게 늘 목표다. 종착지보다 오늘의 발자국이 중요하다. 삶은 잠시 머무는 소풍이다. 길든 짧든, 그 길 위에서 만사(萬事)에 감사할 줄 안다면 이미 즐거운 소풍길이다. 오늘도 읊조린다. "지금 이 순간, 건강하게 살아 있음이 행복이다"고.
http://www.changwonilbo.com/news/32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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